
수백~수천 개의 은하가 서로의 중력으로 모여 있는 은하단을 연구하면 우주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1980년 미국 천문학자 앨런 드레슬러는 은하단 중심부에 타원은하나 렌즈은하가 주로 분포한 반면 바깥쪽으로 갈수록 나선은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나선은하는 은하 중심부로 나선팔 구조를 갖는 원반형태를 띄며, 타원은하는 나선팔이 보이지 않는다. 또 렌즈은하는 나선은하와 타원은하가 성간물질을 대부분 소진했을 경우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나선은하는 소용돌이 은하가 있고, 타원은하는 처녀자리A 은하, 렌즈은하는 솜브레로 은하가 있다.

45년 만에 규명한 은하의 형태진화 원리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 우주진화연구센터 홍성욱 책임연구원과 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가 주도하는 국제공동연구진이 세계 최대 규모 우주 시뮬레이션 ‘호라이즌 런 5’(Horizon Run 5, 이하 HR5)를 사용해 은하단 내 은하의 모양이 변화하는 규칙성의 기원을 밝혔다.
연구팀은 HR5를 활용해 160개 은하단에서 4500개 이상의 은하 형성과정을 추적한 결과 우주생성 초기에는 대부분 나선은하만 존재했지만, 은하단 중심부에서 은하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나선형에서 타원형으로 변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특히 충돌 초기 은하 모양은 나선형을 회복했지만, 반복적인 충돌과 병합을 거치며 점차 타원형으로 고정됐다.
이에 따라 60억 년 전 은하단 중심부에는 타원은하의 비율이 높았다. 또 타원은하로 변하지 못한 일부 나선은하는 별이 태어나는 활동이 점차 감소해 렌즈은하로 전환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홍 책임연구원은 “은하단은 우주에서 안정화된 천체 중 가장 무겁고, 수천 개 은하가 중력으로 서로 묶여있어 이를 연구하면 최초의 천체가 언제 어떻게 생성되는지, 은하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하는지, 우주 전체의 구조가 어떤지 이해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은하단 내 은하 모양에서 규칙성이 관측된 지 45년 만에 원인을 밝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HR5는 천문연, 고등과학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 국내 연구진이 주도하고, 프랑스와 영국이 참여한 우주 모의실험으로, KISTI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3조 광년 크기의 가상우주를 구축하고 은하 30만 개 의 역사를 추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