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일탈회계 정리… 삼성생명 회계 논쟁 일단락

금감원, 일탈회계 정리… 삼성생명 회계 논쟁 일단락

기사승인 2025-12-02 14:21:38
삼성생명 제공

삼성생명을 둘러싼 회계 처리 논쟁이 일단락됐다. 금융감독원이 그동안 허용해 온 일탈회계(예외 적용)를 앞으로는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표면적으로는 회계 기준 정비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유배당보험 구조·삼성전자 지분·삼성생명 재무판단이 복잡하게 얽힌 ‘숙제의 마무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한국회계기준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 등 회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를 열고, 생명보험협회가 질의한 삼성생명의 국제회계기준(IFRS17)상 일탈회계를 더는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생보사는 유배당 계약자 몫을 자본 항목으로 분류해 회계처리하게 된다.

삼성생명은 1980~90년대 유배당보험 판매로 받은 보험료로 삼성전자·삼성화재 등 계열사 주식을 사들여 왔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자산인 이들 주식은 지금까지 매각되지 않았고, 삼성생명은 향후 처분 시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몫을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 항목으로 처리해 왔다.

유배당보험은 투자 수익이 나면 그 차익을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구조지만, 삼성생명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배당도 하지 않아 계약자 권리가 침해됐다는 비판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제기돼 왔다.

논란이 본격화된 것은 IFRS17 도입을 앞둔 2022년 말이다. IFRS17은 매각 계획이 없는 주식은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분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생보협회는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부채가 과소 표시되는 등 회계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금감원은 이를 과도기적 조치로 한시 승인했었다.

금감원 “일탈회계 중단은 삼전 지분 매각과 무관…정상 기준대로 회귀”

예외가 허용되면서 IFRS17을 도입하면서도 특정 보험사에만 예외를 줬다는 국제적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특히 올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하자 “이제는 국제기준대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이찬진 금감원장 취임으로 논의가 속도를 냈고, 결국 일탈회계 폐지가 확정됐다. IFRS17 체계가 자리를 잡은 만큼 더 이상 예외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예외가 지속될 경우 ‘편법 회계’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금감원은 이번 결정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금감원은 “일탈회계를 계속 유지하면 한국을 IFRS17 완전 도입국으로 보기 어렵다는 일부 우려가 있었다”며 국제 기준과의 일관성 회복을 핵심 이유로 제시했다. 이 원장 역시 “(일탈회계 중단은) 우리가 비준해 채택한 정상적인 국제회계기준대로 돌아오는 과정”이라며 특정 기업의 매각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당국이 소급 적용을 하지 않기로 한 점도 주목된다. 소급 적용 시 과거 회계처리를 ‘오류’로 간주하게 돼 과징금·감리 등 제재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2022년 예외는 당시 여건을 고려한 적법한 조치”라며 논란을 조기에 차단했다. 이 원장은 “일탈회계 중지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소급적용은 하지 않고 2025년도 회계결산부터 적용하겠다”고 부연했다.

“기존 보험계약자에게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없어”


이번 결정으로 삼성생명은 올해 결산 재무제표부터 ‘유배당 계약자 몫’을 다른 보험계약과 구분해 별도로 표시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1%)에서 발생한 계약자지분조정 금액은 주가 상승 영향으로 9월 말 기준 약 12조8000억원까지 증가한 상태다.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몫은 원칙적으로 보험계약부채로 잡아야 하지만,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단기간에 매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해당 금액이 ‘자본’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당국과 업계의 공통적 전망이다.

금감원은 기존 보험계약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약자 배당은 실현이익이 발생해야 지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회계 표기 방식이 바뀌어도 계약자 보호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계약자지분조정을 자본으로 돌리더라도 계약자 몫이 장부에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주석 공시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15.43%)과 관련한 지분법 회계 논란에 대해서도 “유의적 영향력을 명백하게 제시해야 지분법 회계처리가 가능하다”며 단순 지분율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