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연임’에도 노심초사...우리·BNK 회장, 외풍 넘을까

‘신한 연임’에도 노심초사...우리·BNK 회장, 외풍 넘을까

기사승인 2025-12-06 06:00:09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금융권의 시선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무난한 연임이 점쳐지지만,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정치적 외풍, 소수 주주의 반발 등이 막판 변수로 꼽힌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회추위는 지난 4일 진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곽수근 회추위원장은 “진옥동 후보는 신한금융 대표이사 회장으로 통찰력, 도덕성, 조직 역량 등을 두루 갖췄다”며 “재임 중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검증된다”고 평가했다. 진 회장은 내년 3월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공식 취임한다.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이 마무리되면서 금융권에서 회장 인선이 남은 곳은 우리금융과 BNK금융 두 곳이다.  우리·BNK금융은 현재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빈대인 BNK금융 회장을 포함해 각각 4명의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을 확정한 상태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2일 임종룡 회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 외부 후보 2명(비공개)으로 숏리스트를 구성했다. 임추위는 심층 검증을 거쳐 이달 내 최종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다.

BNK금융 임추위 역시 지난달 차기 대표이사 회장 2차 후보군으로 확정했다. 빈대인 회장, 방성빈 부산은행장, 김성주 BNK캐피탈 대표, 안감찬 전 부산은행장 등 총 4명이다. 후보군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과 논의를 거쳐 다음달 8일 최종후보자 결정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두 회장의 연임이 우세하다고 본다. 배경에는 뚜렷한 경영 성과가 있다. 임 회장은 취임 후 우리금융의 숙원 과제인 ‘종합금융그룹’ 기틀을 단기간에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4년 우리투자증권 재출범을 통해 증권업종을 강화했고, 올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로 보험업에도 진출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특히 그룹 출범 이후 최초로 올해 3분기 기준 분기 순이익 1조원대(1조 2444억원)를 달성했다. 생산적·포용 금융에도 5년 간 80조원을 투입하는 등 정부 정책에도 적극 부응하고 있다. 

빈 회장 체제의 BNK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77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증권·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 이익이 30% 이상 증가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서 성과를 냈다. 내년 부산시장 출마가 유력한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달 초 빈 회장을 직접 만나 해수부-BNK금융 간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점도 연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 정치적 외풍, 소수 주주의 반발 등이 막판 변수로 남아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경영인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구성하고, 후보자도 실질적 경쟁이 되지 않는 분을 들러리로 세운다면 굉장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직격했다. 이는 임 회장의 지배구조를 정조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6명이 임 회장 재임 기간 중 이사회에 합류했다.

통상 정권 교체기마다 금융지주 권력 지형도는 재편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신한금융, 농협금융, 우리금융, KB금융의  회장이 ‘올 체인지’됐다. 우리금융의 경우, 손태승 전 회장이 금융당국의 노골적인 압박 속 연임 의지를 접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CEO들의 장기 집권 문제를 지적하며 이사회의 감시 기능 강화에 나섰다. 

정치권의 인사 개입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것도 ‘관치금융’ 우려를 키운다.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인사청탁 성격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도중 문 수석부대표가 같은 대학 출신 인사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에 추천해 달라는 내용을 김 비서관에게 보냈고, 김 비서관이 “훈식이 형(강훈식 비서실장)이랑 현지 누나(김현지 제1부속실장)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장한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다. 정치권이 금융권 수장 인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BNK 금융 제공. 

BNK금융은 최종 후보 결정을 코앞에 두고 주주와 정치권으로부터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인 라이프자산운용은 4일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선임 절차 중단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투명성과 전문성을 갖춘 새로운 이사회와 임추위를 재구성한 뒤, 회장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달라는 주장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은 BNK금융지주의 지분을 약 2% 보유하고 있는 주주다.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허성무·김정호·김태선·민홍철·김상욱 의원은 전날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BNK금융 회장의 셀프 연임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빈대인 현 회장과 방성빈 부산은행장의 사퇴, 임추위 해체를 요구하며 금융당국의 특별검사·감사를 촉구했다. 지난 10월 금감원 국정감사에서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BNK금융 회장 선임 절차를 문제 삼은 바 있다. 

다만 윤 정부 시절 금융당국이 금융사 대표 인선 관련 발언으로 비판받은 전례를 감안하면, 새 정부가 같은 길을 걷긴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용주의를 내세운 정부 기조를 감안할 때, ‘관치’ 논란을 자초하기보다 성과를 낸 현직 회장의 연임에 무게를 둘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