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콜드게임패’…철저한 분석에 무너진 한국 야구

충격의 ‘콜드게임패’…철저한 분석에 무너진 한국 야구

기사승인 2009-03-08 16:40:03
[쿠키 스포츠] 운명의 한·일전에서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결과가 나왔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은 7일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예선 2차전에서 일본에 7회 2-14로 사상 첫 콜드게임패를 당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한국 야구가 왜 이런 패배를 당했을까. 일각에선 이번 패배가 예견된 것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 비해 늦었던 한국의 WBC 대표팀 구성=‘사무라이 재팬’이라고 결연한 이름을 지은데서 알 수 있듯 일본 대표팀은 이번 대회 준비에 전력을 쏟았다. 베이징올림픽 노메달 수모를 갚겠다는 일념하에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고, 스즈키 이치로와 마쓰자카 다이스케 등 메이저리거들의 대표팀 합류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반면 한국은 물망에 오르던 김성근, 김동문 감독이 앞다퉈 고사하는 바람에 김인식 한화 감독이 떠밀리듯이 사령탑을 맡은데다 선수단 구성에 있어서도 박찬호(필라델피아)와 이승엽(요미우리) 등 투타 핵심 선수들이 소속팀에서의 주전경쟁 때문에 대표팀 합류를 고사했다. 이 과정에서 김인식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이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서 팀 워크가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추신수(클리블랜드)마저 대회 직전까지 소속팀의 요구로 출전이 불투명해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일본의 철저한 한국 분석=‘타도! 한국’을 위해 일본은 한국 야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분석했다. 특히 2007년 코나미컵과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 타선을 무너뜨린 투수 김광현을 완벽하게 연구했다. 심지어 일본 언론들은 김광현에 대한 집중 분석 프로그램을 매일 같이 방영할 정도였다. 실제로 지난 2일 김광현이 세이부 라이온스와 연습경기에서 부진을 보이자 일본 언론은 ‘김광현의 약점을 찾았다’고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김광현의 낙차큰 슬라이더에 대해 일본 팀은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했다. 볼배합 패턴에 대해서도 꿰뚫고 있었다.

결국 김광현은 7일 선발투수로 나서 1⅓이닝 동안 3점홈런을 포함해 7안타를 맞고 볼넷 2개를 내주며 무려 8실점한 뒤 강판됐다.

◇한국 팀의 정신적 지주 부재=이승엽과 박찬호의 불참은 단순한 전력 약화를 넘어서 대표팀의 구심점 부재를 뜻한다. 두 사람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을 뿐만 아니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찬호가 2006년 WBC에서 투수 조장을 맡아 후배들에게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장단점을 일일이 알려준 것이나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김광현이 “승엽이 형으로부터 ‘잘하자’는 쪽지를 받고 힘을 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번에 일본에 어처구니없는 콜드게임 패배를 당한 것은 위기에 처했을 때 선수들을 다독일 고참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일본은 스즈키 이치로라는 든든한 구심점이 있었다. 지난 1회에 이어 이번 대회도 주장을 맡은 이치로는 최고참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물고 경기하는 투혼을 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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