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정곤)는 30일 오전 열린 3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한약제제인 ‘레일라정’의 양방건강보험 급여등재 고시와 관련해 강력 항의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했다고 밝혔다.
한의사협회는 이날 건정심 회의에서 “레일라정에 대한 보험급여 여부를 심의한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는 한의계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천연물신약 등 민감한 부분이 논의되는 경우에는 동 위원회 회의 개최시 한의계 위원의 참여를 강력히 요청했음에도 이를 배제하고 무시한 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보험급여로 결정된 후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의사협회는 꾸준한 문제제기에도 보건복지부가 충분한 논의없이 졸속으로 급여를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한의사협회는 약가협상 과정에서 복지부에 천연물신약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대한한의사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한약제제인 ‘레일라정’의 양방 보험급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건정심 위원들에게 이에 대한 부당함을 적극 알렸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의사협회는 “국민건강 및 건보재정의 효율적인 집행과 직결되는 이 같은 중차대한 문제가 충분한 논의와 검토없이 비대면 서면심의를 통해 의결된 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따라서 한의사협회는 “이번 건정심 서면결의는 조인스정과 스티렌정, 신바로캡슐, 시네츄라시럽, 모티리톤정에 이어 또 다시 명백한 한약인 ‘레일라정’을 한의사가 아닌 양의사에 의해 처방토록 하는 심각한 하자가 있다”며 “천연물신약이라는 미명아래 한약제제가 양약으로 둔갑하여 의료법 근간을 뒤흔들고, 국민건강권을 침해하는 이번 결과에 대해 우리 협회는 도저히 수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이하 한의사비대위)도 항의 성명서를 내고 “이명박 정부는 활맥모과주를 처방과 추출방법까지 그대로 베껴 만든 레일라정이라는 엉터리 신약을 양방 건강보험급여에 등재시켰다”며 “이는 복지부가 국민 건강은 외면한 채 오로지 제약회사의 이익만을 지켜주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특히 한의사비대위는 애초에 천연물신약 정책이 지금처럼 엉망이 된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의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의료민영화, 의료산업화 정책이 근간으로 자리 잡은 MB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의 기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의사비대위는 “이러한 기조 아래 식약청은 2008년 한약을 그대로 달여도 천연물신약이라는 이름의 가짜 양약, 엉터리 신약이 될 수 있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하였고 이러한 움직임은 2011년, 2012년 고시의 개정에서도 꾸준히 이뤄져왔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한의사비대위는 레일라 정의 양방건강보험급여 등재를 통한 양의사들의 막가파식 한약 처방으로 인한 국민들의 약화사고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즉각 취소하고 천연물신약 문제를 제약회사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풀어나갈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