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가 4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특설무대에서 열린 ‘E1과 함께하는 김연아 선수 귀국 환영회’에 참석해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팬들과 만났다.
10년 후 청사진에 대해 김연아는 “선수로서 은퇴는 했지만 피겨와 영영 작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겨는 나의 장점이고 가장 자신 있는 분야다. 지도자를 하든 뭘하든 피겨와 관련된 일을 계속할 것 같다. 그동안 내가 배웠던 것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피겨 관련 안무가나 국제심판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연아는 “예전엔 안무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창작 쪽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내 안무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윌슨을 보면 안무가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심판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별로다. 종종 논란이 있는데 내가 심판이 되면 그 중에 한 명이 될 것 아닌가. 그것은 별로다”라고 잘라 말했다.
소치올림픽에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치면서 불거진 ‘판정 논란’도 행사에서 화제가 됐다. 함께 참석한 김해진(17·과천고)과 박소연(17·신목고)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속상하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지만, 김연아는 늘 그랬듯 초연했다.
김연아는 “어이는 없었지만 나는 끝났다는 것이 좋았다. 결과를 되새긴 적 없다. 대회 전에는 금메달이 간절하지 않다고 늘 말하면서도 ‘나도 사람이기에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아쉽지 않을까’ 싶었는데, 마치고 나니 그만큼 간절하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지더라”며 결과에 미련이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경기를 마친 뒤 흘린 눈물에 대해서도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도 밤에 침대에 누워서 이 시간이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울컥했다. 참아왔던 힘든 것이 터진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은퇴 소감을 묻는 말에 “스케이트가 꼴보기 싫은지는 오래된 것 같다. 이젠 ‘할 만큼 했다’ 싶어서 아무런 미련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김연아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대해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에 출전해 IOC 선수위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은 갖췄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하겠다고 해서 100% 된다는 보장도 없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대신 10년 후의 자신의 모습과 관련한 언급 가운데 “구체적으로 생각은 못해봤지만 35세에 결혼 안 하면 너무 늦지 않나…”며 결혼에 대한 풋풋한 기대도 살짝 드러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