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3주차에 접어든 15일까지 최고의 리드오프는 단연 LG의 박용택이다. 신들린 듯한 타격감과 예리한 선구안을 앞세워 리드오프의 최고 덕목인 출루율이 무려 0.600이나 된다. 타율도 0.429로 압도적인 1위다. 하지만 9득점으로 득점 순위에선 공동 15위에 그치고 있다. 박용택은 안타 18개를 치고 볼넷 17개로 35번 출루했지만 홈을 밟은 건 9차례 뿐이다. 득점 확률이 겨우 26%에 불과하다. SK의 1번 타자 김강민은 출루율 0.344로 전체 랭킹 38위이지만 득점 랭킹은 13득점으로 1위에 올라있다. 21번 출루해 13번 홈을 밟으며 득점 확률 62%를 기록하고 있다.
즉 박용택은 LG의 2~4번 타선 부진으로 출루해도 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 팀 투수들은 주자가 없으면 박용택과 승부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에게 볼넷을 준 뒤 다음 타자들과의 승부를 택한다. LG 팬들은 박용택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팀이 꼴찌에 머물자 ‘용택 트윈스’라고 자조하고 있다.
박용택 외에 두산 민병헌(0.455)도 출루율 4위 이름을 올린 리드오프다. 민병헌은 두산의 붙박이 리드오프였던 이종욱이 FA계약을 통해 NC로 이적한 이후 발탁됐다. 시즌 개막 직후 긴장감 때문에 타격이 부진했으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활력이 넘치고 있다. 특히 민병헌은 해결사형 1번으로 찬스에서 적시타를 날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10타점으로 전체 타점 랭킹 10위에 올라있다.
KIA의 이대형도 올 시즌 눈길을 사로잡는 리드오프 중 한 명이다. 이대형은 출루율 0.414로 전체 랭킹 18위다. 1번 타자들 중에는 박용택, 민병현에 이어 세 번째이며, KIA에선 외국인 타자 브렛 필에 이어 2번째다.
사실 올 시즌 KIA로 이적한 이대형이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1번 타자였던 이용규(한화)의 공백을 메울지 우려가 많았다. 이대형은 LG 시절 2008~2010년 3년 연속 60도루 이상을 기록했지만 ‘발만 빠른 선수’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대형의 타율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1할대와 2할대 초반에 그쳤다. 하지만 올 시즌 이대형은 타율 0.339로 KIA 타선 중 필에 이어 두 번째로 뛰어난 성적을 기록중이다.
반면 이용규는 부상 여파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용규는 타율 0.190, 출루율 0.261로 기대에 한참 밑돌고 있다. FA를 통해 1번 이용규, 2번 정근우라는 역대 최강의 테이블세터를 기대했던 한화는 결국 지난 15일부터 정근우를 1번으로 올렸다. 정근우의 올 시즌 출루율은 0.444로 전체 7위다. NC, 삼성, 롯데도 시즌 초반 새로운 리드오프가 부진하자 타순을 조금씩 바꿔가며 적당한 선수를 물색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