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하치(冬病夏治)란 말 그대로 겨울의 병을 여름에 다스린다는 뜻이다. 겨울에 심해지는 질환을 대비해 인체의 양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기운이 가장 왕성해지는 여름에 증상이 가벼울 때 치료하면 치료가 훨씬 쉽고, 증상이 없더라도 치료해 두면 튼튼하게 되어 겨울에도 걸리지 않게 된다는 것인데 배뇨장애 역시 겨울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 동병하치 하는 것이 좋다.
방광염이나 과민성방광은 연령을 불문하고 여성들이 흔히 걸리기 쉬운 배뇨질환이다. 이러한 배뇨장애의 특징은 겨울이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는 것인데 만성방광염이나 과민성방광은 방광이 차가워지고 약해져서 발병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추운 겨울에는 방광이 더더욱 차가워지고 약해져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다.
과민성방광은 방광의 감각신경이 너무 예민해져 소변이 조금만 차도 소변이 마렵기 때문에 화장실을 자주 가고, 소변을 잘 참지 못하는 질환이다. 한의학적으로는 방광에 에너지가 부족해지면서 차가워지고, 그에 따라 방광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된 것으로 본다.
여성한방네트워크 인애한의원 강남점 정소영 원장은 “ 과민성방광의 한의학적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방광허한, 방광이 약해지면서 차가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추운 겨울이 되면 방광이 더 차가워져서 심해지고, 겨울에는 땀으로 배출되는 수분이 적어 소변량이 더 많아지기도 하니 이렇게 자주 소변을 보는 것 자체가 방광을 더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세균감염에 의한 방광염은 덥고 습한 여름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자주 재발하고, 항생제를 복용해도 잘 낫지 않는 만성방광염은 겨울에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가을`겨울이 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방광염이 자주 재발하고, 치료해도 잘 낫지 않게 되는 것이다.
또 일반적으로 급성방광염은 항생제나 소염제를 사용해 치료하게 되는데 한의학적으로 항생제나 소염제는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자주 복용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방광을 더 차갑게 하고 면역력을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대의학에서 사용하는 병명인 ‘과민성방광’이나 ‘방광염’을, 한의학에서는 소변빈삭(小便頻數), 소변불금(小便不禁), 소변자리(小便自利) 등의 이름으로 오래 전부터 배뇨장애를 치료해 온 기록이 남아있다.
정 원장은 “과민성방광이나 만성방광염은 한약 치료를 기본으로 하며, 자율신경의 균형을 잡아주는 침/뜸치료를 병행한다. 배뇨장애 치료한약 인애탕은 기본적으로 따뜻한 약재, 방광과 신장의 기운을 보충해주는 약재, 스트레스로 인해 기운이 울체된 것을 풀어주는 약재들이 처방된다. 그래서 치료를 받다 보면 몸이 따뜻해졌다거나 생리통이나 냉대하가 없어지는 등 다른 질병도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추운 겨울 배뇨장애를 치료하려면 증상이 악화된 만큼 치료기간도 더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평소 방광염이 자주 걸리거나, 과민성방광 증상을 가지고 있다면 치료효과도 더 빠르고 증상이 악화되기 전인 여름에 미리미리 치료하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