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빨간 옷’과 일반인들의 ‘엄지척’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빨간 옷’과 일반인들의 ‘엄지척’

기사승인 2016-04-14 15:27:55
사진=국민일보 DB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빨간 옷,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투표소의 조합…. 특정 정당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다들 ‘대통령은 봄이라서 저 옷을 입었을 거야’ ‘옷이 없어서 그런 걸 거야’ 라며 애써 부인하는 모양새입니다. 박 대통령은 제 20대 총선이 치러진 13일 아침 일찍 빨간 재킷을 입고 청와대 인근 투표소 종로구 청운동 서울농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문제는 바로 며칠 전에도 같은 차림으로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 한바탕 논란이 됐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같은 선택을 했다는 겁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빨간 옷을 입는 횟수가 잦았습니다. 지난 2월25일 대전, 3월16일 부산, 4월8일 청주와 전주 방문 때 모두 빨간색 코트 혹은 재킷을 입었습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측은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도 10일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새누리당의 상징색을 입고 여야의 접전지역 청주에서 ‘이번에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20대 국회는 확 변모되기를 여러분과 기원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누가 들어도 새누리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죠.

그러나 권성동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본부장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여 비판한 사람들을 오히려 과민반응 하는 꼴로 만들었습니다.

권 본부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대통령이 옷이 많지 않아 회색 재킷, 붉은색 재킷, 청색 재킷을 돌아가면서 입는다”며 “붉은색 재킷 입은 사진을 수십 장을 봤는데 이걸 연결시켜 대통령이 중립을 해친다고 주장하는 야당의 태도가 어이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술 더 떠 “요즘 봄 같은 좋은 날씨에 붉은색 재킷이 잘 어울린다”, “여성분들은 한 옷을 계속 입는다”는 사족을 이어갔습니다.

당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다, 여당 측이 억지라고 주장하니 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옷 색에 아무런 ‘의도’가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제까지 방문하는 장소를 고려한 의상을 선택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여름 메르스 사태 때는 노란색 작업복 차림으로 격리병동을 방문하기도 했는데요, 박 대통령의 패션 감각은 외국 순방에서 더 빛을 발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중국 국빈 방문에 나섰을 때 단 3박4일 일정 동안 공식석상에서만 무려 9벌의 다채로운 의상을 선보였습니다.

당시 한 언론사의 사진 설명만 해도 ‘27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흰색, 인민대회당 행사에서 노란 정장, 국빈만찬에서 노란 한복, 28일 댜오위타이(釣魚臺)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붉은색, 시진핑 주석내외와 특별오찬에서 분홍색, 29일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에서 보라색 정장, 30일 시안 진시왕릉 병마용갱에서 하늘색 정장 차림, 한국인 오찬 간담회에서 한복 차림’ 으로 ‘장황’ 합니다. 박 대통령이 정말 옷이 없다면 이 옷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이미 여러 번 언론에서 논란이 됐는데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 투표 당일까지도 붉은색 옷을 고집했다는 건 ‘독선’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국정의 발목을 잡는 국회를 심판해 달라”거나 “진실한 사람을 뽑아달라”며 수차례 호소해왔습니다. 의상까지 고려해가며 누군가를 응원했던 ‘선거의 여왕’ 박 대통령. 그러나 국민의 심판인 ‘더불어민주당 123석, 16년 만에 여소야대’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아, 하나 더. 대통령이 투표소에서 굳이 특정 정당이 떠오르는 색깔의 옷을 입는 건 되고, 일반인들이 선거 인증사진 찍으며 ‘브이(V) 포즈’ ‘엄지척’은 왜 못하게 하나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jjy4791@kukimedia.co.kr

[쿠키토이] '인형과 대화를 나눈다고?' 100가지 대답을 하는 '말 많은 똘똘이'와 친구가 됐어요~
[쿠키영상] 과욕이 부른 참사
[쿠키영상] 색조에 따라 장르가 달라지는 영화
정진용 기자
jjy4791@kukimedia.co.kr
정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