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빨갱이 기자XX들 다 나가! 감히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침범해?”
질의응답 없는 기자회견이 끝나자 보수 시민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 사무실은 격노한 회원들의 욕설과 고함으로 난장판이 됐다.
어버이연합이 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뒷돈 지원’ 의혹 보도에 대해 “언론이 보수세력을 무너뜨리고 우리가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레임덕에 빠뜨리려는 중상모략”이라며 “시사저널과 JTBC와 전쟁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날 삭발을 한 채 단상 앞에 선 추선희 사무총장은 전경련의 지원을 받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추 총장은 “전경련이 지원한 것은 벧엘복지재단으로, 그 돈으로 옆방에서 무료 급식을 한다”며 “전경련은 지원금의 일부가 어버이연합 운영비로 사용될 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거지”라며 “폐지 모으고 일반 시민들이 만원, 2만원씩 후원해준 돈으로 어버이연합이 운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 시장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30억씩 지원해주는 것은 아무도 뭐라고 안하면서 저희가 1억2000만원지원 받아 그 돈으로 어른들 무료 급식 지원해드리는 것은 왜 문제가 되느냐”고 주장했다.
“우리는 박 대통령 위해 열심히 살아온 조직…전경련 관계자분들에게도 죄송”
청와대나 국정원의 ‘집회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추 총장은 “우리는 그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만 한다”며 “우리는 박 대통령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온 조직인데 어버이 연합과 박 대통령과 갈등을 만들려 하는 것은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고 소리 높였다.
도중에 고문이라는 104세의 한 노인을 일으켜 세우고 “고향이 황해도인 분”이라며 “통일되면 고향에 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매일매일 나오고 계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김미화 자유민학부모연합 대표는 “일당 주는 것 맞다”고 인정하고 “어버이연합 비롯한 보수 단체는 탈북자들에게 2만원 주지만 진보 단체는 5만원이다”라고 반격했다.
추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말과 전경련 관계자들에게는 “피해를 입혀서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ㄱ’자 구조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이 이뤄지는 동안 어버이연합 회원 약 40~50명은 묵묵히 앉아서 자리를 지키고 박수를 쳤다.
추 총장 경호받으며 퇴장하자 사무실 난리…“빨갱이 XX들이 왜 여기 있어!”
문제는 성명서 낭독까지 다 마친 뒤에 생겼다.
추 총장이 당초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추가적으로 받고 이에 해명하기로 했으나 질문을 받지 않고 나가려 했다.
기자들이 질문하려 하자 추 총장은 “가만히 계세요. 지금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다”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여러분들이 또 이상하게 쓸 것 아니냐”고 말했다.
3개의 질문이 있었지만 그 중 1개도 제대로 해명하지 않은 추 총장은 건장한 남성 2명에 둘러싸여 기자회견을 빠져나갔다.
그 뒤 김 대표는 기자들을 향해 “임의로 질문하지 마세요”라고 하는가 하면, 회원 한 명은 질문한 기자에게 다가가 시비를 붙기도 했다.
추 총장이 퇴장하자 회원 여러 명이 일어나서 손가락질을 하며 “기자들 다 나가! 빨갱이 XX들이 왜 여기 있어!”라고 고함을 지르고 “끝났으니까 꺼져! 우리는 정말 애국단체인데 왜 여기 와서 그러냐. 우리 밥 먹어야 된다”고 욕설이 이어졌다.
한 회원은 “박원순한테 가서 병역비리나 취재해라”라며 “감히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침범하느냐. 나가라 개XX들아”라고 소리를 질렀고 “그만해! 욕 하지마!”라고 말리는 회원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어 기자들이 앉아있는 의자를 밀고 치우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전경련의 금융실명제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 등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경실련은 전경련이 2014년 9월~12월 세 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을 송금한 계좌를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라고 의심하고 있다. jjy4791@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