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사는 주부 문모(36)씨는 11개월 아기를 키우면서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새로 구매했는데 이제는 켜지 않고 있다. 주기적으로 세척해줘야 하는 초음파 가습기는 살균제에 대한 이야기가 돌면서 사용을 끊었고, 공기청정기도 필터 이슈가 나온 이후에 전원을 껐다. 문씨는 “아기가 있어서 공포감이 더 커진다”며 “편리해서 좋았던 가전이 오히려 몸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공기청정기까지 화학 유해물질 논란에 휩싸였다. 편리하기 위해 산 생활가전들이 직접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믿어지면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여기에 영국 레킷벤키저와 미국 3M사 등 유명한 외국계 업체들이 연루되면서 신뢰도는 더 떨어지고 있다.
호흡기와 관련된 가전은 가습기 공기청정기 에어컨 방향제 등이 있다. 초음파 가습기의 경우 미생물 번식이 쉬워 주기적으로 세척을 해 주어야 하고, 그것이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을 촉진하면서 비극을 불렀다. 독성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가열식의 경우 끓이면서 세균이 날아가지만 자칫 잘못하면 델 수 있어 위험하고, 기화식의 경우 차갑지만 물때가 많이 낄 수 있어 방치할 경우 호흡기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자주 세척을 해 주어야 한다. 가습기의 경우 세척 이슈가 소비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관리해야 하는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중 필터를 자주 교체해야 하는 공기청정기의 경우 필터를 주기적으로 갈아야 하는데 쿠쿠전자와 대유위니아, LG전자 일부 제품의 필터에서 옥타이리소시아콜론(OIT)라는 성분이 발견됐다. 기체 형태로 들이마시면 사람에게 가습기 살균제만큼이나 독성을 가진 물질이다. 3M 측에서는 이 물질이 고체화돼 있으며 기체화되지 않으면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필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쿠쿠전자와 대유위니아, LG전자 모두 환경부 허용 기준인 OIT 함유량 1%에는 훨씬 못 미친다는 입장이지만 고객이 원하면 OIT가 함유되지 않은 필터로 무상 교체해 주기로 했다.
공기청정기처럼 교체 필터를 사용하는 정수기나 공기에 관련되는 청소기도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수기도 필터를 계속 갈아야 한다는 점에서 유해물질이 있으면 큰일이 나는 상황이다. 특히 청소기의 경우 청소한 뒤 먼지를 여과하지만 다시 공기 중으로 뿜어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미세먼지를 더 유발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전으로는 조리 도구들이 있다. 오븐이나 전자레인지 등이 이에 속한다. 프라이팬 코팅 물질이나 주걱 등의 성분이 몸에 좋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습기 살균제의 충격으로 화학 유해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 차원의 규제가 강화되고 기업들도 안전성에 대한 주의를 더욱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