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이 법정 시한을 넘기는 데다 노사합의에 실패한 탓이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16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4차 전원회의를 열어 2017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6030원에서 7.3%(440원) 오른 647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해에는 예년보다도 양측이 더 팽팽하게 대립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사용자 측은 동결을 주장하며 서로 한치도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결정된 최저임금은 법정시한을 일주일 넘긴 지난 7월8일에 결정됐으나 이번에는 18일을 넘겨 지난 16일 새벽에 정해졌다. 1998년 최저임금위 출범 이후 올해까지 29년간 시한을 지킨 경우는 2002~2008년과 2014년뿐이다. 또 올해 전원회의는 14차례 열려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노사합의가 결렬돼 정부를 대리하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중재안이 결정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최저임금위는 노동계 9명, 경영계 9명, 공익위원 9명, 27명으로 구성돼있다. 그러나 지난 2007년부터 11번의 최저임금 중 9번을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정했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일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때문에 공익위원이 결정하는 최저임금은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최저임금위 방식을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처럼 임금인상률과 물가상승률 등 각종 경제 수치를 토대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은 기업 노사 단체협약의 평균 임금인상률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미국은 물가상승률, 임금인상률, 소득분배 개선 등을 종합해 각 주 정부와 의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캐나다는 지난 2014년부터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라 최저임금을 자동 인상하는 제도를 도입해왔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대표 우원식 의원은 지난 5일 “최저임금위 내 공익위원들은 정부가 추천한 인사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종 권한이 정부에서 국회로 이관되는 ‘최저임금 국회 결정법’을 발의했다.
허윤정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경제정책국장은 “노사의 의견차가 클 때 공익위원이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힘든 구조”라며 “공익위원이 정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노사가 함께 공익위원을 추천하고, 임명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허 국장은 경제수치를 토대로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선 “기계적일 수 있다”며 “수치는 노사 양측이 주관적으로 해석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대부분이 협의체를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지만 노사가 매번 싸우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 보니 차라리 정부가 결정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면서도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선 “포퓰리즘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위원회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안이 있으나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회의를 공개해서 위원회가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이라며 “공익위원의 자격과 정부가 추천하는 현 제도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