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용과 에어컨용 컴프레서, 로타리, 스크롤 등 모터 부품을 모두 생산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드뭅니다. 내년 말까지 R&D센터를 신축하고 올해 대비 R&D 투자도 30~50% 더 늘 것으로 봅니다.”
지난 22일 더운 날씨에 찾아간 창원공장에서 박정현 LG전자 C&M사업부 박정현 상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LG가 그동안 투자해온 모터와 컴프레서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LG전자는 특히 이 같은 모터 기술을 VC사업부와도 연계해 전기자동차 모터에 시너지도 내는 중이다.
LG전자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 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매출액 4조21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으로 영업이익에서 분기 최고 실적을 냈다. LG시그니처를 비롯해 트윈워시, 얼음정수기냉장고, 휘센 듀얼 에어컨 등의 가전이 실적을 견인했다.
이 가전들은 모터 혹은 컴프레서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모터와 컴프레서 투자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시그니처 가전에 장착된 최근 개발한 인버터 모터는 소비전력을 줄이면서도 정밀한 제어로 가전제품의 성능을 우수하게 만들어 준다.
창원2공장은 연면적 52만6000제곱미터 규모로 생활가전 완제품뿐 아니라 핵심부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컨트롤타워다. LG전자는 창원2공장에서 모터를 생산해 같은 공장에서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을 만드는 생산라인에 바로 공급하고 있다. 연면적 28만제곱미터의 창원1공장도 냉장고, 정수기에 들어가는 컴프레서 등을 만들고 있다. 해외까지 포함해 7개 콤프레서 생산기지 중 가장 자동화율이 높다.
◆ 가전의 심장 모터...자동으로 많은 양의 코일 감기는 세탁기 DD모터
모터는 흔히 ‘가전의 심장’으로 불린다. 모터는 금속과 자석으로 구성돼 구리 금속에 전기를 통하게 되면 자기가 만들어지고 척력이 생겨나는 힘으로 돌아간다. LG전자는 그동안 꾸주히 R&D 투자를 통해 다양한 모터를 개발해 왔다.
그중 고효율 저소음을 구현한 냉장고에 들어가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정수기에 들어가는 초소형 레시프로 인버터, 세탁기에 들어가는 인버터 DD모터, 청소기 흡입력을 높인 스마트 인버터 모터 등이 LG전자가 자랑하는 생활가전의 엔진들이다.
가장 처음 방문한 창원 2공장 C동에서는 세탁기와 식기세척기, 건조기 등에 들어가는 모터와 에어컨, 냉장고에 탑재되는 컴프레서용 모터 생산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11개의 생산라인 중 3개 라인에서 ‘트윈워시’에 들어가는 세탁기용 DD모터가 생산된다. 세부적으로는 23개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무게가 200kg이 넘는 코일 통에서 구리선이 빠져나와 기계에 의해 철심에 빠른 속도로 감기는 모습이 가장 볼 만하다. 코일을 같은 공간 내에 최대한 많이 감는 것이 모터의 성능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이렇게 많은 코일이 감긴 DD모터는 모터를 옮기는 로봇이 감기는 시간에 맞추어 조심스러우면서도 정확한 움직임으로 옮긴다. 이렇게 6초에 한 대씩 DD모터 1대가 생산된다. 이 DD모터는 세탁기에 직접 연결(Direct drive)돼 모터의 회전을 세탁통에 전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를 바탕으로 두드리기, 주무르기 등 6모션 세탁방식이 가능해졌다.
박 상무는 “보통 일반적인 모터는 코일이 바깥에 있고 회전자가 내부에 위치해 있지만 세탁기 DD모터는 호일이 내측에 있고 회전자가 바깥에 있어 모터가 큰 힘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성능실험실에서는 소금물(염수)나 물을 연속으로 분무해 견딜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 등 현재 상태의 모터에 다양한 성능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었다. 열충격도 영하 40도에서 영상 150도까지 다양하게 실험했다. 가전에 중요한 소음 테스트도 실시하고 있었다.
청소기 코드제로 싸이킹의 스마트 인버터 모터 100여개는 전원을 계속해서 껐다 켜거나 PPM을 더 올리는 등 가혹실험을 통해 모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들을 계속해서 실험하고 있었다. 더한 가혹실험을 통해 성능의 한계를 테스트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제품은 LG전자가 10년 무상보증을 선언한 제품이다.
◆ 냉기 만드는 컴프레서, 냉매 유출 확인 위해 수조에 잠수
컴프레서는 냉장고와 에어컨, 정수기, 제습기 등 냉기를 필요로 하는 가전에서 핵심 부품이다. 증발기에서 액체가 기회하면서 열을 빼앗는 원리다. 기체를 다시 액체화시키기 위해서는 컴프레서가 압축을 해 고화기 가스를 만들어야 한다. 액체가 다시 기화했다가 다시 액체가 되고 이를 반복한다. 냉장고 성능을 컴프레서가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부품이다.
주로 창원 2공장에서 컴프레서를 만들고 있는데 크기와 모양은 모두 제각각이다. 둘러보니 맨 왼쪽 생산라인은 리니어 컴프레서, 중간에는 소형 컴프레서, 오른쪽에는 중대형 컴프레서를 만들고 있다. 리니어 컴프레서는 물론 BLDC 정속 컴프레서와 가변속을 담당하는 콤프레서까지 다양한 부품들을 생산하고 있었다.
리니어 컴프레서는 2001년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모터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기술을 상용화해 대량생산하고 있다.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와 관련해 국내 907건, 미국 157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소형가전에 장착되는 BLDC 모터 역시 1993년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부품으로 모터에 힘을 전달하는 탄소 막대인 브러시 장치를 전자회로로 대체해 모터의 수명을 늘리고 먼지를 줄이며 크기나 무게도 줄였다.
창원 1공장 B1동 2층의 3개 라인에서도 냉장고에 사용되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생산하고 있다. 자동화 설비로 리니어 모터의 영구자석과 전자석 간의 간격인 에어 갭(air gap)을 최소화해 더 작은 전류를 만들어내 컴프레서 성능을 높여준다.
크기와 형태가 다른 컴프레서들은 제조 공정이 끝난 후 검사실로 모인다. 이 검사실은 다른 공장보다 상대적으로 시끄러운데 다 이유가 있다. 모든 컴프레서에 대해 진동, 소음 검사를 거치기 때문이다.
이후 해파리같이 생긴 컴프레서가 수조 위를 둥둥 떠다니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다. 냉매 유출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컴프레서 내부에 공기를 투입한 후 대형 수조에 넣어 기포가 생기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후 실험실에서도 PCB신뢰성시험기, 열실험기 등 다양한 실험기로 점검하고 있었다.
이 같은 콤프레서들은 전 세계 글로벌 가전업체에 팔려 나간다. 에어컨으로 유명한 ‘캐리어’ 등에도 납품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 업체에도 납품하고 있다.
LG전자 C&M사업부 컴프레서 BD 담당 노태영 상무는 “모터와 컴프레서는 생활가전의 심장이자 핵심 경쟁력으로 성능과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제품에 차지하는 비중만 말하면 대략 30~50% 정도는 콤프레서나 모터가 부담한다고 본다”며 “스타일러 등 모터를 응용한 신상품에 대해서도 연내에 신제품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