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생들 “점거농성 외부세력 개입? 경찰 끌어들인 게 누구냐”

이대생들 “점거농성 외부세력 개입? 경찰 끌어들인 게 누구냐”

기사승인 2016-08-01 14:47:40 업데이트 2016-08-01 15:45:52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직장인 대상 평생 교육단과 대학 신설에 반대하며 닷새째 본관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사태가 '외부세력' 개입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30일 이대는 '본관 점거 및 불법 감금 사태'와 '학내 경찰 진입'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 "다른 의도를 가진 외부 세력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과격 시위를 주도하는 세력에 의해 (본관 점거농성이) 조직적, 폭력적, 비인간적 집단행동으로 변질됐다"고 밝혔다.

이에 학생들은 "근거 없는 모함"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학생 측을 대변하고 있는 06학번 졸업생 윤모씨는 서울 서대문구 이대 본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외부 단체로부터 연락이 온 것도, 연락을 한 적도 아는 바 없다"고 부인했다.

윤씨는 "어떠한 단체도 연계하거나 도움 받을 생각이 없다”며 “순수하게 학생들로만 이뤄진 점거 농성이다. 외부세력이라면 기껏해야 졸업생들이고 본관에 들어가는 이들의 학생증을 검사하는 등 철저히 외부 개입을 차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농성 관계자는 학교 측의 주장에 대해 "졸업생도 오고 언론에서 다뤄지는 등 이 정도 규모의 시위가 여태까지 없던 일이어서 그렇게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농성 관계자들은 학생들에게 개별 언론 인터뷰를 삼가하라고 강조했다. 재학생들 역시 인터뷰를 꺼리는 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물리학과 재학생 김모(23)씨는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학생들이 '미래라이프' 사업 추진을 '학위장사'라고 생각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교의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완전히 빠져 있기 때문에 더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교수의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다'라는 발언에서 학교가 마치 학생을 소모품처럼 생각하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나서 더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딸과 함께 농성에 참석한 한 졸업생은 "외부 세력은 전혀 없다.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이 나오는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졸업생 이민경(25)씨는 학교 측의 주장에 대해 "기가 막힌다"라며 "정작 외부 세력을 끌어들인 것은 학교다. 여대생들이 모여서 평화로운 시위를 하는데 경찰 1600명을 끌어 들인 게 누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성은 지난 28일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교육부 지원사업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폐기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거부되며 시작됐다.

지난 30일에는 교수, 교직원들이 46시간 동안 감금돼있다는 학교 측 요청으로 경찰들이 투입, 학생 10여명이 다치는 유혈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이화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발표해 "본교의 교육미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사후적으로 학생들의 농성이라는 비극적인 사태를 통해서만이 인지할 수 있게 된 현실에 이화의 교수들은 참담하다"며 "교협은 졸속으로 이뤄진 직업대학의 설립을 즉시 철회할 것을 학교당국에 단호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대 측은 "본관 점거농성으로 홍보팀 관계자가 출근을 하지 못해 연락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대 본관에는 현재 700여명(경찰 추산)의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모여 본관 일부를 점거 중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사진=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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