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 보고싶어요” 이대생…공부에 이어 포스트잇 시위

“총장님 보고싶어요” 이대생…공부에 이어 포스트잇 시위

기사승인 2016-08-01 17:36:55 업데이트 2016-08-01 17:40:28
# “학생증 있으신가요? 졸업생이시면 학내 커뮤니티 아이디는 있으신가요?”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의 서울 서대문구 이대 본관 점거농성이 5일째에 접어든 1일, 본관으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두 명의 이대 학생이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했다. 이들은 이대생인 사실이 확인된 사람에게만 마스크와 보라색 스티커를 건넸다. 마스크를 쓰고 스티커를 옷에 붙이는 것은 농성에 참여한다는 표식인 셈이다.

고졸 직장인과 30세 이상 경력단절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문제를 두고 학생 측과 학교 측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날 서울에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됐으나 ‘찜통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700여명(경찰추산)의 재학생, 졸업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부채질을 하며 본관 건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지난 30일 학교 측이 공식 입장을 내 “다른 의도를 가진 외부 세력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이대 학생시위 공식 페이스북 ‘Save Our Ewha’는 이날 글을 올려 “어떠한 외부 세력 또는 정치 이슈와도 무관함을 확실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또 농성에 참여한 학생들은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으려 했다. 입장표명은 다수의 학생들의 의견을 종합해 발표하겠다는 취지였다. 캠퍼스 내의 이대 학생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것도 모릅니다. ‘언론대응 TF팀’에 물어보세요”라고 답했다.

‘외부세력 개입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본관을 점령한 학생들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대 ECC(Ewha Campus Complex) 건물 곳곳에는 ‘미래라이프’ 단과 대학 설립을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건물 출입구에는 포스트잇과 펜이 놓여 학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적어 붙였다. 유리벽에는 ‘대화는 어렵지 않아요’ ‘총장님이 보고싶어요’ ‘학내 시위에 경찰을 부르지 말아주세요’와 같은 글이 적힌 색색 깔의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었다. 이대에 관광하러 온 외국인들은 그 모습을 보며 “무슨 일이 있나요?”라고 주변에 묻기도 했다.

사범대학 사회교육학과 졸업생 나모(26‧여)씨는 “보수 언론들이 학교 측 입장만 편향 보도하고 있다”며 “의제 선정을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문에서 만난 재학생 신모(23‧여)씨는 “이미 이대에는 미용관련 학과가 존재한다. 기존에 있는 학과에도 지원이 부족한데 비슷한 학과를 만들어 자원을 분배하면 두 학과 모두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기존 학과의 내실을 다지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영대학 경영학과 김모(20‧여)씨는 “이사장조차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에 반대했다. 그러나 최경희 총장이 강행한 것으로 안다”며 “돈만 내면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졸업장의 의미가 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제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오모(29‧여)씨는 “학생들이 이대 학위라는 ‘자존심’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이 더 나은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농성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농성이 단순히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반대에 국한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도 있다. 몇몇 학생들은 이미 전부터 총장과의 소통문제로 많은 불화가 쌓여왔다고 말했다.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 이예나(22‧여)씨는 “학생군사교육단(ROTC) 유치, 산업업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사업(프라임 사업), 이대웰컴센터 설립, 파빌리온 건축, 학점 3.75이상 장학금제도 철폐 등 모두 학생의 의견을 무시한 통보식이었다”고 지적하고 “외부세력이 개입한 시위에서 학생들이 ‘공부시위’나 ‘노래시위’를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미래라이프대학’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했다가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이나 성인이 된 뒤 대학에 다니려는 사람들을 위한 단과대학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으로는 이화여대를 비롯해 10개 대학이 선정됐다. 선정된 대학은 학교당 평균 35억원이 지원된다.

재학생들은 지난달 28일부터 본관 건물을 점거, 농성을 하고 있으며 지난달 30일 경찰병력 1600여명이 투입돼 학생 십여 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이대 측은 “(경찰을) 우리가 부른게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31일 “최경의 총장을 비롯한 학교 측의 명시적인 요청과 약 46시간 동안 감금된 평의원(대학 평의원회 의원) 들이 총 23회에 걸친 '구조해 달라'는 112 신고를 해 학내에 경찰을 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학생들이 여학생이라는 점은 감안해 상황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여유 있게 경찰력을 투입한 것”이라며 “이대 점거 농성 주동자를 색출해 엄정 사법처리 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승희, 심유철 기자 aga4458@kukinews.com, tladbcjf@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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