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조종사노조)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와 탈세 의혹에 대해 국세청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종사노조 100여명은 9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거리시위를 열고 “내부로부터의 정상화가 불가능한 지금, 국가 권력의 엄정한 조사를 통해 대한항공의 부도덕한 경영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임금협상이 결렬된 이후 8개월째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건흥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교섭 위원은 성명서를 통해 “임금인상 요구로부터 시작된 조종사노조의 쟁의가 세무조사청원으로 이어지기까지 대한항공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회사가 어렵다며 임금인상이 어렵다고 하다가 부당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자 조합원들을 ‘해사행위’를 한다며 처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정으로 회사를 해치는 자는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고도 수십억의 보수를 타가고 퇴직금을 560억으로 인상한 조양호 회장이다”고 규탄했다.
조종사노조는 “국세청은 대한항공이 진경준 전 검사장의 처남이 운영하는 청소용역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사건에 대해서도 관련자를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며 “사측은 조종사 교육훈련비를 과도하게 책정할 뿐 아니라 외국인 기장 채용 파견업체 ‘TAS’를 차리고 ‘스스로에게 인력을 알선’하며 탈세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태규 조종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사측은 회사가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어렵다고만 말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없다”며 “우리는 누구보다 대한항공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을 통해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총장은 “회사가 노동조합의 상식적인 목소리를 경청했다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탈세 문제에 대해 시민단체가 나서서 조사하고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과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등 그의 세 자녀가 지분을 100% 지닌 싸이버스카이(기내면세점 통신판매) 등이 대한항공 등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사측은 조종사들이 임금 인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세무조사 청원을 하고 있다며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지창훈 사장은 지난 6월29일 ‘운항승무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조종사노동조합은 무리한 인상을 요구하며 2015년 임금교섭을 해를 넘겨 끌고 있다. 일방적인 교섭 결렬을 선언한 것도 그들이다”라며 “이제는 공공연하게 회사를 흔들겠다고 선언하고, 급기야 회사를 상대로 세무조사 청원을 하는 극단적인 행위까지 하고 있다. 회사는 전 직원이 47년 간 쌓아온 신뢰를 훼손하는 어떠한 해사행위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에는 현재 조종사 1000명이 속한 ‘조종사 노조’, 조종사 700여명이 속한 ‘조종사 새노조’, 승무원과 사무직 1만여 명이 속한 ‘일반 노조’ 3개가 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