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 원전 18기 밀집된 동해안…전문가 “한수원, 지나치게 낙관적”

[경주 지진] 원전 18기 밀집된 동해안…전문가 “한수원, 지나치게 낙관적”

기사승인 2016-09-13 14:48:08 업데이트 2016-09-13 19:17:51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경북 경주시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며 원전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7시44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km 지역에서 규모 5.1,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월성 원자력발전소에서 불과 27km 떨어져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날 오후 11시56분부터 월성 원전 1~4호기를 수동 정지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지진의 영향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원전은 지진 응답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계측값이 0.1g(g은 중력 가속도) 이상이 되면 수동으로 가동을 중단하도록 돼있다.

한국의 동해안은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지대로 알려져 있다. 동해안에는 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 고리 1~4호기, 신고리 1~2호기, 한울 1~6호기, 총 18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경주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도 있다.

이에 원전 인근 주민들은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대형 재난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한수원 측은 “내진 설계가 충분히 돼 있어서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월성, 신월성 원전은 원자로에서 수직으로 지하 10km의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시 각각 지진 규모 6.5와 7.0 까지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수원은 추가 지진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원전과 방폐장의 안전점검을 하고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전문가를 파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단체 측에서는 지진 진행경과를 봤을 때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전날 성명을 발표하고 “원전 주변은 한반도에서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단층이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이라며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진(규모 7.3), 지난 7월 울산 앞바다 지진(규모 5.0)에 이어 이번엔 내륙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다”고 경고했다.

활성 단층은 현재 살아 움직이는 단층을 말한다. 학계에서는 활성 단층이 지진의 진앙이 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어 환경운동연합은 “지질학 논문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는 7.45±0.04 이다.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오래된 원전일수록 내진 설계를 신뢰하기 어렵다.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 점검 뿐 아니라 내진 설계가 상향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도 앞으로 규모 5.8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한수원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창환 전북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규모 7.0 이상의 지진은 주기가 몇 백 년인데 한반도에는 지난 1600년대 중반 한차례 발생했다”며 “400년이 지나 주기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선 지진 계측이 가능해진 1978년 이래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9번 있었고, 그 중 3번이 올해 발생했다”며 “큰 규모의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부산과 울산은 인구 뿐 아니라 산업시설까지 밀집된 지역이기 때문에 원전에 이상이 생긴다면 국가 경제가 휘청이는 등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며 “원전이 규모 6.5~7.0의 지진을 견디도록 설계됐다고는 하지만, 시설 노후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한수원의 ‘무조건 안전하다’는 태도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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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