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편의점 점주들이 양극화되고 있다. 자본력을 갖추고 좋은 목을 선점한 이들은 2~3개로 편의점을 늘려 가고 편의점 본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점주들의 ‘단체행동력’이 눈에 띄게 약해진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은 가맹비와 임차비용을 더해 5000만원대의 적은 자본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업종으로 각광을 받아 왔다. 목을 정하고 임차계약이 이뤄지면 본사에서 인테리어 시공을 시작해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편의점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편의점이 다른 프랜차이즈의 고질적 문제처럼 개별 점포가 상품 구색 측면에서 하등 다를 것이 없는 ‘목 장사’라는 점이다. 목을 잘 잡지 못하면 장사가 잘 안 돼 월세도 내기 어렵고 아르바이트 비용도 건지기 어려운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편의점업주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편의점이 많아지면서 점포당 인구 수는 줄어들고 경쟁업체 간 근거리 출점이 계속되고 있어 설 곳이 좁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60% 이상의 점주가 영업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허덕이고 있는 이들도 항상 있다”라며 “이들에 대해서도 조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점주들은 “편의점 본사에서 상권분석을 통해 좋은 자리에 내 준다고 해놓고 분석이 틀릴 경우 덤터기를 쓰는 경우가 많다”며 “좋은 목의 경우에도 다른 경쟁업체들이 많아진다”며 억울해했다.
편의점 갱신 계약은 5년마다 이루어진다. 5년간은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중간에 해지하면 수천만원의 ‘위약금 폭탄’을 맞는다. 목 좋지 않은 편의점 업주들이 힘든 것은 이 5년을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막상 5년을 버텨 재계약 기간이 다가온다 해도 본사에서 시공한 인테리어 비용 등을 물어줘야 해 계약 해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3~4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갱신 계약이 오히려 기회다. 여러 편의점을 고수익을 내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이들은 편의점 업에서도 ‘갑’으로 행세할 수 있다. 편의점 본사도 놓칠 수 없는 좋은 목이기에 태도가 다르다. 또 재계약을 통해 돈이 또 들어오기 때문에 계속해서 양호한 영업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편의점업도 자영업에 가깝기 때문에 사업 수완이 좋은 이들은 장사를 더 확장해 나가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구조”라며 “편의점 사업 초창기에는 한계 상황에 있는 이들이 있었으나 이제는 심사 때도 까다롭게 살펴보고, 영업하는 점주들과도 상생 정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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