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할래? 집회갈래?”…은행 경영진, 직원들에게 총파업 저지 압력

“퇴근할래? 집회갈래?”…은행 경영진, 직원들에게 총파업 저지 압력

기사승인 2016-09-23 15:47:35 업데이트 2016-09-24 11:40:28

[쿠키뉴스=이소연, 심유철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사측이 조합원의 총회 참석을 막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일선 현장에서 파업방해 불법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지점장이 조합원을 1대 1로 불러 파업 불참을 종용하는 등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 측에서 파업불참 약속을 하지 않는 직원들을 회사에 감금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와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0만 금융노동자 9·23 총파업 및 전체 조합원 임시총회’에 참석한 조합원은 금융노조 추산 5만명, 정부 추산 2만명이다. 앞서 금융노조가 예고했던 9만명보다 훨씬 적었다. 

이날 총회 현장에 모인 조합원들은 “사측의 우회적인 압박이 있었다”며 불만을 호소했다. 

기업은행 직원 A씨는 “물리적 ‘감금’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측이 퇴근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은 맞다”며 “퇴근 시간, 상사가 갑자기 업무를 지시해 오후 10시가 돼서야 집에 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일을 끝내지 못한 사람은 사실상 총파업 참여가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총회 참여를 위해 지방에서 상경한 기업은행 직원 B씨는 “상사가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쫓아와 총파업 참여를 말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비슷한 압박은 다른 은행에도 있었다.

신한은행 노동조합 간부는 “상부에서 파업참가자 리스트를 파악하고 1대 1 면담을 진행했다”며 “현재도 파업에 불참한 조합원에게 전화를 돌려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대부분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총파업에 참가한 신한은행 조합원은 오전 10시 기준, 50명도 채 되지 않았다.

NH농협의 한 직원은 “지점장이 밤 12시까지 회사에 남아 부하 직원들도 퇴근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폐지’ ‘쉬운 해고 반대’ ‘관치금융 철폐’ 등을 구호로 내걸고 총파업을 진행했다. 총회는 추후 파업을 위한 안건 상정, 2차 투쟁선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soyeon@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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