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 규탄 시국선언’에 참여한 시민들이 법원의 부검 영장 발부를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2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시국선언에는 국회의원, 종교계, 법조계, 시민 사회 관계자들이 모여 “사인이 명백하고, 유족이 부검을 원치 않음에도 검찰과 경찰, 법원은 기어이 부검을 강행하려 한다”며 “이는 법률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며 사인을 은폐·왜곡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28일 오후 8시30분 서울 종로경찰서는 서울중앙지법이 백씨의 시신을 부검하기 위해 재신청한 시신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참여자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백씨의 죽음은 명백히 공권력에 의한 타살임에도 유족들은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정부로부터 단 한마디 사과도 듣지 못했다”며 “시민들에게 고인의 명복을 빌고, 책임자들의 사죄와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해 관심과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백씨의 사망에 대한 정부의 사죄 △특검 등을 통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 △국가 폭력 종식과 물대포 추방 △유가족이 반대하는 부검 시도의 중단을 요구했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의장은 “힘 없는 한 농민이 박근혜 정권의 물대포에 의해 세상을 우리 곁을 떠나셨다”며 “그러나 상주들이 눈물 한 방울 흘릴 시간도 없이 이 정권은 또다시 만행을 저질렀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 의장은 법원의 부검 영장 발부에 대해 “우리는 판사의 조그마한 양심을 믿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 기대마저도 실망으로 변했다”며 “사인은 분명히 경찰의 물대포라는 것이 변하지 않는 유족들의 입장이다. 백씨의 시신 부검이라는 그를 두 번 죽이는 만행을 사과하지 않는다면 이 정권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고 일갈했다.
이날 시국선언에 참석한 정의당 원내대표 노회찬 의원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검찰은 10개월째 현장 책임자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소환 조사 한번 하지 않고 계속 수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정의당은 검찰에 수사를 제대로 맡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특별 검사를 채택하라는 특검법을 오늘 발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씨의 차녀 백민주화씨의 발언도 이어졌다.
소복 차림의 백민주화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살인자가 피해자를 어떻게 진상규명 하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저희에게 왜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못하는가”라며 “빈소는 긴장감의 연속이다. 유가족은 사인이 명백한 아버지의 시신을 경찰의 손에 부검되는 일을 분명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백씨의 유족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지난해 11월18일 강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7명을 살인미수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10개월째 사건 책임자에 대한 수사를 아직 진행하고 있지 않아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시위 도중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있다 지난 25일 끝내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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