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형량 너무 낮아 충격…가해기업 등에 엄중한 처벌 요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형량 너무 낮아 충격…가해기업 등에 엄중한 처벌 요구”

기사승인 2016-09-29 13:22:04 업데이트 2016-09-29 17:38:13

[쿠키뉴스=이소연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과 시민단체가 ‘옥시 보고서 조작’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교수에 대한 사법부의 1심 판결을 규탄했다. 

29일 오전 법원은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가습기 살균제 관련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서울대 조모(57) 교수에게 징역 2년에 2500만원 벌금을 선고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재판 직후인 오전 11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조 교수에게 구형한 3년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2년형이 선고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이렇게 낮은 형량을 선고한다면 피해자의 한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보건시민연대 이문규 팀장은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법원은 연구자의 부정에 더 엄정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도 재판부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지난 2010년 10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해 아버지를 잃었다는 김미란씨는 “아버지는 5년간 폐 기능 상실로 고통스러워하다 돌아가셨다”며 “아버지가 고통받은 시간에 비해 2년이라는 형량은 너무 적다”고 호소했다. 

함께 발언에 나선 황민희씨는 “우리 아이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섬유화로 10년째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며 “판사님들께서 엄중하고 공정한 심판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옥시 측의 변호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김앤장)에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장동엽 선임간사는 “지난 가습기 피해자 관련 국정조사에서 김앤장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검찰은 잠정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며 “진실이 묻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재판들이 줄지어 예정돼 있다. 

다음 달 14일 옥시 측에 유리하게 실험결과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호서대 유모(61) 교수에 대한 선고가 이뤄진다.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등을 받는 신현우·존 리 등 옥시 전 대표들에 대한 재판도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공식 집계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사망자 920명, 생존환자 3566명에 달한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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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