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농민단체 ‘농민의 길’(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이 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에서 ‘병원장 사죄와 사인 변경’을 요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시작했다.
첫 주자는 백남기 투쟁본부 공동대표이자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김영호 의장이다. 김 의장은 이날 8시30분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상복을 입은 채 ‘물대포에 돌아가셨는데 병사라니?’, ‘서울대병원은 백남기 농민 사인 즉각 정정하고 유족과 국민들께 사죄하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김 의장은 “백씨를 300일 넘게 치료해 온 서울대병원이 그의 죽음을 두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어 1인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병원은 사망진단서가 잘못됐다고 사과 하면서 정정은 하지 않고 있다”며 “양심을 져버린 행동이다. 백씨의 시신을 부검 할 것이 아니라 서울대병원의 양심을 진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서울대병원·합동 특별조사위는 ‘담당 교수가 일반적인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과 다르게 작성하였음을 확인했다’며 백씨의 사망 진단서 오류를 시인했다.
김 의장은 주치의 백선희 외과대학 교수가 ‘외압은 없었다’고 얘기한 것에 대해서도 “그런 말 자체가 외압이 있었다는 반증”이라며 “마치 피를 묻힌 칼을 든 자가 ‘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양심을 져버리고 권력에 유착한 자”라고 강한 불신을 표했다.
그는 부검을 통해 명확한 사인을 밝혀야 한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선 “치료 과정에서 찍은 비디오 영상이나 진료 기록을 통해 물대포에 의한 사망이 확실하다”며 “경찰의 부검 시도는 사인을 밝히기 위함이 아닌 조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쌀 한 가마니 값 21만원 인상’을 지킬 것을 요구하다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았다. 김 의장도 그 현장에 있었다.
김 의장은 “정치인이 시장 가서 어묵 사 먹고 사진 찍는 게 민생이 아니다. 농민이 ‘살기 힘들다’고 모인 집회가 진짜 민생 현장”이라면서 “정부는 ‘살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예순아홉살 먹은 노인을 물대포로 쏴서 죽였다. 농민이 칼을 들었나, 총을 들었나. 지금 정부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이 1인 시위를 하는 동안 몇몇 행인이 그에게 ‘백씨가 너무 나대서 이런 일을 당했다’, ‘가짜 농민이 선동질을 하고 있다’고 말해 시비가 붙기도 했다.
앞서 4일 ‘농민의 길’은 성명을 발표해 “서울대병원은 더 늦기 전에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인륜과 상식을 포기하고 정치병원으로 전락할 것인지, 아니면 유족의 마음을 안아주고 국민병원으로 환골탈태할 것인지 이는 병원장이 선택할 문제”라며 “잘못을 시인하고 개선하지 못한다면 농민은 서울대병원을 정치병원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규탄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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