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화장품업계가 중국과 한국에서 양쪽으로 시달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위생허가를 받는 데 까다로워져 시간이 예전보다 더 오래 걸리고 화장품 제형이나 용기를 베낀 미투제품도 계속해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 중국 법인을 세우지 않은 업체들은 보따리상들도 줄어들면서 영업이 어려워질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중국 정부가 여행사에 저가 여행상품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유커의 20% 정도를 줄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면세점업계와 면세점에서 팔리는 화장품업계는 피해 규모가 얼마 정도일지 가늠하며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저가 불량 화장품이나 저가 여행상품에 대한 제재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 등 정치적인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 중국 본토서 위생허가 받기 어렵고 미투제품 성행
“예전에는 중국 위생허가 받기에 몇 개월이면 받았는데 최근에는 6개월에서 8개월이 걸립니다. 미백제품 등 기능성 화장품은 12개월이나 걸려요. 위생허가 받기가 하늘의 별따깁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의 푸념이다. 중국의 자국산업 보호주의와 사드배치 등 민감이슈 때문에 신생 화장품업체의 경우 중국으로의 수출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여기에 미투제품(모방제품) 난립은 더 심해져 화장품업계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도 "달팽이크림 등 동물성 크림의 경우 허가 받기가 더 까다롭다"며 "예전보다 소요 기간이 더 늘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자국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위생허가를 한층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다. 화장품의 경우 일일이 한 제품당 하나씩 위생허가를 받아야 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최근 ‘진생 워터리 크림’의 위생허가를 받기 위해 6달을 기다려야 했다. 아모레나 LG생활건강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업체마다 중국 진출의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중국에 일찍 진출했거나 위생허가를 미리미리 받아 놓은 회사들은 괜찮지만 새로운 허가를 내기는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미투제품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깜찍한 용기에 담은 샤또 와인 립스틱 컬렉션으로 인기를 끈 라비오뜨는 중국 현지 업체가 똑같이 생긴 제품을 팔아 매출에 지장을 받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미투제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마땅한 근절책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화장품에 매기던 소비세를 일반화장품에는 폐지하고 고급화장품은 30%에서 15%로 인하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화장품을 사서 중국으로 향하는 보따리상인 따이공이 이익 감소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곧 중국 현지 판매가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온다. 다만 중국에서 법인을 차리고 화장품을 정식 생산하는 업체들은 이익이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판매법인들의 수입은 늘어나지만 한국에서 많이 팔리는 브랜드들은 중국에 갖고 나가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며 “중국에 미리 진출하지 못한 업체들은 힘들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중국 당국의 유커 규제설…면세점 텅텅? 낙관-회의론 엇갈려
설상가상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 오는 유커 20~30%를 줄인다는 방침을 세워 유커에 의존해 온 저가 화장품업체들은 울상이다. 명동에 입점한 수많은 브랜드숍들과 면세점은 당장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중국 당국은 여행사들에 저가 단체관광 판촉을 중지하고 현지 쇼핑을 1회로 줄이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구두 통지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중국의 이 같은 행위가 기본적으로는 저가 불량 관광상품에 대한 제재이지만 이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성 성격이며 중-필리핀 간 화해 무드에 관련한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낙관론과 회의론이 뒤섞이고 있지만 중국과의 무역에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한국으로 오는 유커 중 20%가 줄어든다 해도 주로 타격받는 곳은 면세점과 관광객을 위주로 하는 가게들"이라며 "면세점 판매 비중이 10~20% 밖에 되지 않아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관련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시트 마스크팩 등 한국에 온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저가 선물 품목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주력 제품별로 편차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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