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증(BPPV)은 어지럼증으로 신경과를 찾는 환자들이 많이 호소하는 질환이다. 귀 속 전정기관에 있는 ‘이석’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 어지럼증이 발생하는데, 없던 돌이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귀 속에 정상적으로 있는 돌이 문제를 일으킨다. 이석은 머리 움직임 시 중력 감각을 전달하는 아주 미세한 탄산칼슘결정체다.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강한 어지럼증이 특징인 급성현훈증의 상당 비율이 이석증이다. 이석증은 머리 위치가 변화할 때 증상이 악화된다. 특히 눕거나 일어날 때, 누워서 옆으로 돌아눕는 순간, 고개를 젖히거나 숙일 때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보통은 집에서 어지럼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집 밖에서는 치과에서 진료를 받는 등 머리 위치가 변화할 때 어지럼증을 느낀다.
어지럼증의 강도는 다양하지만 1분 이내로 짧고 강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특징이다. 이석증은 60대 이상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특히 폐경 이후 여성에서 골다공증, 비타민D 부족으로 이석의 안정성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첫 발병 때 이석이 완전히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거나 전정기능이 약해진 상태로 남아 재발하기도 한다. 장시간 누워 있거나 특정 머리 자세를 반복하는 습관도 재발의 원인이 된다.
이석증은 어떤 세반고리관으로 들어갔는지 위치와 형태를 정확히 파악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이석증은 ‘이석정복술’이라는 짧고 간단한 시술을 통해 어지럼증을 치료할 수 있다. 이석정복술은 떨어진 이석을 반고리관(앞, 옆, 뒤반고리관)에서 난형낭(원래 자리)로 돌려보내는 비수술적 치료다.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은 특징적인 안구의 움직임을 유발하는데, 안진의 방향과 지속 시간을 분석하면 이석의 위치와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에플리(Epley) 술식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으로 뒤반고리관, 옆반고리관 이석증에 효과적이다. 이는 머리와 몸을 순서대로 움직여 중력과 반고리관 구조를 이용해 이석을 난형낭으로 이동시키는 원리다. 이석정복술 후에는 이석이 난형낭 안에 불안정한 상태로 있으므로 치료 후 머리를 심하게 숙이거나 젖히지 않아야 하며, 높은 베개를 사용하고 갑작스러운 체위 변화를 자제해야 한다.
이석정복술이 효과가 없다면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과 같은 다른 어지럼증 질환일 수 있으며 중추성 어지럼증은 이석정복술이 효과가 없다. 이석의 위치를 잘못 파악했거나 여러 반고리관에 이석이 동시에 존재하는 다발성 반고리관형인 경우도 있다. 수평반고리관형은 후반고리관형보다 정복이 어렵고 재발률도 높다. 이석이 반고리관 감각수용기의 막에 달라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표준적인 이석정복술을 3회 이상 시행해도 효과가 없거나 1년에 3회 이상 재발할 경우 난치성 이석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두부 외상 후 이석증이 발생한 경우 재발률과 난치 가능성이 높다. 초기 치료가 늦으면 이석의 위치가 복잡해지거나 엉겨 붙는 경우가 있으므로 갑작스럽고 강한 어지럼증과 구역, 구토 증세가 동반된다면 즉시 신경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