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청소년 비만을 치료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어 식습관이나 생활 패턴에 대한 조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으나, 치료 옵션이 생기면서 단순한 조언을 넘어 치료를 목적으로 적극적인 접근이 가능해졌다.”
신성현 해운대푸른바다병원 원장은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승인되면서 청소년도 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의 주 1회 투여 비만 치료제 허가는 위고비가 국내 최초다.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성인의 30㎏/㎡ 이상 수준에 해당하면서 체중이 60㎏을 초과하는 12세 이상 청소년의 체중 관리를 위해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과 신체 활동 증대의 보조요법으로 위고비를 투여할 수 있다. 다만 청소년 환자 가운데 주 1회 위고비 2.4㎎ 또는 최대 내약 용량으로 12주간 투여한 후 BMI가 최소 5% 이상 감소하지 않은 경우엔 위고비 치료를 중단하고 재평가해야 한다.
강력한 청소년 비만 치료 옵션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료 현장의 큰 변화를 불러왔다. 신 원장은 “위고비의 청소년 적응증 허가는 그동안 선택지가 제한적이던 청소년 비만 치료 환경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의학적 치료 옵션이 추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제는 단순히 생활습관 교정에만 의존하는 것을 넘어 적절한 대상자에게 의료진의 관리 하에 치료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치료 접근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의료진이 근거를 갖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점에서 하나의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다.
소아청소년 비만 증가 추세…10년 새 1.7배↑
최근 소아청소년 비만은 증가 추세다. 질병관리청의 ‘2024년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은 2015년 7.5%에서 2024년 12.5%로 10년 새 약 1.7배 증가했다. 한국·중국·일본·대만의 5~19세 청소년을 비교한 조사에서도 한국 남아 43.0%, 여아 24.6%가 과체중·비만으로 나타났다.
신 원장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청소년 비만 환자들이 뚜렷하게 증가했다고 느낀다”며 “과거엔 아이들의 성장 상담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비만을 함께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엔 비만 자체를 주된 이유로 병원을 찾는 청소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비만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지방간 등의 동반질환은 물론 성장 부진과 삶의 질 저하와 같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신 원장은 “특히 사춘기 이후까지 비만 상태가 지속되면 단순히 체중이 늘어난 문제를 넘어 지방세포 수 자체가 증가한 상태로 고착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 경우 성인이 된 이후 체중을 감량하더라도 다시 쉽게 체중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기 비만이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청소년 때부터 적극적인 비만 치료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 원장은 “현재까지의 임상 연구와 진료 경험을 종합하면 위고비는 키를 포함한 성장 지표 발달 및 2차 성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면서도 “다만 성장기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치료제인 만큼, 체중 변화와 함께 키 성장 속도, 체성분 변화, 근육량 유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함께 고려해야 할 점은 비만 자체가 오히려 성장과 호르몬 균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서 치료 여부와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비만 치료에서 의료진뿐만 아니라 가족과 학교의 역할도 중요하다. 의료진은 치료 방향을 설정하고 치료 이후에는 아이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가정에선 식사 환경을 관리하고 생활 리듬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에선 체중에 대한 낙인이 형성되지 않도록 하면서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신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만, 모두에게 민감…“어떻게 시작하느냐 중요”
보호자와의 소통도 치료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다. 신 원장은 먼저 보호자에게 비만 자체가 아이의 성장과 호르몬 균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시킨다. 이후 체중 이외에 심리적·정서적인 부분을 관찰하며 아이가 체중 증가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설명한다.
신 원장은 “모두에게 비만은 민감한 주제이므로 지나치게 단호하거나 강압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아이와 보호자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체중 감량을 위한 식사 조절은 성인도 힘든데 아이들은 더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위고비와 같은 치료제가 충분한 효과를 보이면 아이에게 ‘든든한 동반자’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식욕 조절이 되고 자연스럽게 체중이 줄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올라가 자신감이 생기면 심리 상담을 연계하는 게 더 자연스럽고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의료진은 청소년 비만치료를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의 신체적·정서적 상태를 함께 고려해 의학적으로 안전한 시점과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의학적 치료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우선순위를 정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성장과 비만은 모두 아이의 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치료제 투여 여부와 방식은 매우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비만은 분명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접근 방식이 잘못되면 오히려 아이들이 치료를 멀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은 자기결정권과 감정이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와 표현 하나에도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신 원장은 “아이들에게 ‘비만은 질환이다’라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이 입장에선 ‘내가 환자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고, 이미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라면 정서적으로 더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라며 “따라서 청소년 비만 치료는 진료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가정 내 역할 분담과 인식 조율, 아이의 정서 상태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