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3년2개월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해 박근혜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은 2일 오후 9시30분 ‘한겨레TV’의 시사탐사쇼 ‘김어준의 파파이스’ 119회 녹화장에 출연해 ‘눈치 없이 법대로 하다가 잘렸나?’라는 질문에 “인정”이라며 “눈치가 없어서…자기(박 대통령)만 빼고 법대로였다”고 말했다.
앞서 2013년 채 전 총장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중 ‘혼외자 의혹’으로 인해 사퇴했다.
채 전 총장은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이라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며 “(댓글 수사 때는) 법대로 수사하라는 게 가이드라인이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임명된 최재경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채 전 총장은 “최 수석은 수사능력이 탁월한 검사였다”면서 “여러 가지 혈연, 학연, 또 검찰에서 맺어왔던 인간관계, 그런 인연들에서 과연 자유롭게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주변의 여러 가지 인연들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최 수석 아래에서 검찰이 최순실 수사를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는 검찰이 권력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인사권을 꼽으며 “말 잘 들으면 승진시키고, 안 들으면 물 먹이고. 그렇게 하다가 이번 정권 들어와서는 검찰총장까지 탈탈 털어서 몰아냈다”고 설명했다.
채 전 총장은 “검찰을 하수인으로 만든 권력자들과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권력에 빌붙은 일부 정치검사들로 인해 (검찰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검찰의 책임이 크다. 이 정권 초기에 정의를 바로 세우지도 못하고 중도에 물러났던 저의 책임 또한 크다”며 사과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검찰을 믿어달라. 검사들에게 쥐여있는 칼자루는 법을 우습게 알고 제멋대로 날뛰는 바로 그런 놈들을 죽이라고 국민께서 빌려주신 것”이라면서 “마지막 기회다. 최순실 사건 제대로 해라”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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