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전국 12개 예술대학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추계예술대학 총학생회와 국민대학교·동국대학교·경기대학교 예술대학 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예술대학생 시국회의’는 17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예술을 짓밟은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개최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박근혜 정권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순수창작예산을 반 이하로 삭감하고, 예술계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물질적·정신적으로 예술인을 위협했다”며 “예술인의 목소리로 박근혜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과 측근들에게) 예술은 공금을 횡령하기 위한 허울 좋은 수단이었고, 문화는 사익을 입맛대로 투자할 좋은 핑계였다”며 최순실(60·구속)씨와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차관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건국대 예술디자인대 김기환 학생회장은 “박 대통령은 최순실이 정해준 의상을 입고 카메라 앞에서 최순실이 써준 연설문으로 혼신의 연기를 한 주연배우”라며 “우리 국민은 최순실이 연출한 영화를 위해 세금을 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체부가 예술대학 지원 예산을 삭감한 일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예종 황예정 총학생회장은 “국립학교인 한예종은 문체부의 예산 삭감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며 “학생들이 틈틈이 아르바이트하며 버텨왔던 시간에 교육을 위해 쓰여야 할 세금이 사익을 위해 쓰였다”고 토로했다.
한예종 이동연 교수도 지지 발언을 통해 “학생들을 위한 창작공간과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다. 교수로서 미안한 마음과 좌절감을 느낀다”며 “문체부가 최순실을 비롯한 부역자들에게 준 예산의 10%만 학생들에게 지원한다면 교육환경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라임사업 등 정부가 추진한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덕성여자대학교 예술대 이선영 부학생회장은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예술대학은 늘 대학구조조정 1순위였다”며 “취업률이라는 특정 지표만으로 예술대학을 통폐합하는 것은 앞으로 학생들이 꽃피울 나라의 문화·예술을 짓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최순실은 하야를 지시하라’ ‘길라임은 퇴진하라’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편, 최씨는 박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문화융성’ 관련 예산을 직접 짜고 검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문화창조센터 건립 등이 포함된 예산안과 사업계획서는 모두 18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최측근인 차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이 관련 사업을 총괄해왔다.
김 전 차관은 최씨의 문화·체육 관련 이권사업을 적극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지난 16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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