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김정우 기자] 국정농단, 경제까지 농단해선 안된다

[현장에서/김정우 기자] 국정농단, 경제까지 농단해선 안된다

기사승인 2016-12-16 22:31:58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불확실성이 언제 끝날 것인지 자체가 불확실하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어수선한 정국을 바라보는 재계 관계자의 한탄이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부터 주요 대기업들을 향한 특검의 칼날까지 적폐를 도려내기 위한 대수술 과정에서 기업들은 ‘성장 엔진’이 꺼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정경유착 등 오랜 기간 좌시했던 문제들을 치우는 데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동안 세계는 생각보다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브렉시트’ 같은 대형 이슈가 지나기 무섭게 미국에는 새 대통령이 당선됐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정부를 등에 업은 기업들이 역량을 날카롭게 다듬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의 진입 장벽은 날로 높아지는 분위기다.

변화는 즉각 우리 기업들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그 동안 각을 세우던 자국 IT기업인 13명을 불러 모았다. 알파벳, 애플, 테슬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인텔, 페이스북 등의 경영진이 한 자리에 모였다. 트럼프는 이들의 글로벌 사업 지원을 약속하고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까지 열어두겠다고 했다. 

물론 이는 트럼프의 미국 내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의 모든 접점에서 유착의 고리를 캐내야 하는 현재 우리 상황과는 한겨울에 여름 바다를 떠올리는 만큼이나 거리감이 있다.

국내에서는 그 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되던 최순실 국정농단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치적 수술이 시작됐다. 당연히 대통령의 ‘비즈니스 외교’도 마비됐다. 기업 스스로 뚫기 어려운 시장에 정부가 문을 두드릴 방법이 사라졌다. 사업상 애로사항을 호소할 민원 창구마저 닫혔다. 문제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지만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과거의 적폐를 없애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국정공백과 함께 기업들의 방향키도 어디로 향해야 할지 멈춰서 있는 지경이다. 여기에 이번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수사 등을 앞두고 투자를 비롯한 내년 사업계획마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여파는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에 그치지 않는다. 대통령 주도로 시작된 ‘창조경제’에 미운털이 박혀 전국에 세워진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스타트업들도 구심점을 잃었다. 박근혜 정부 때 이뤄낸 성과들은 빛이 바랬다. 

재계는 이번 사태가 수습되고 정부의 콘트롤타워가 기능할 시점을 빨라도 내년 말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분투하는 우리 기업들은 지원 사격 없이 1년이라는 시간을 버텨야 하는 것이다.

세계 시장은 눈부신 기술 발전 만큼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는 IT 시장은 당연하고 전기차·자율주행차 등으로 일대 패러다임 전환을 앞둔 자동차를 비롯해 에너지, 유통 시장도 우리를 기다려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사태 해결에 지름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정부 상태가 아닌 이상 정부의 남은 역량은 우리 경제의 견인차가 멈춰 서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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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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