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된 아이들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선물’
지난 주말, 세월호 침몰 원인의 진상을 담았다는 영상 ‘세월X’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앞서 ‘자로’라는 필명을 가진 네티즌은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파헤쳐왔고 결론에 도달했다”며 25일 오후 4시16분 세월X의 공개를 예고했습니다.
자로는 지난 2013년 웹데이터를 분석해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의 단서를 제공한 인물입니다. 지난 2014년에는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가 SNS에 올린 정치 편향적인 글을 수집·공개해 정 내정자의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의 화려한 전적으로 인해 세월X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는 더욱 컸는데요.
25일 종합편성채널 JTBC를 통해 세월X의 일부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자로는 영상을 통해 정부가 제시했던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반박했습니다. 부실한 복원력, 과적, 고박 불량, 조타 실수 등이 침몰의 결정적 이유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자로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 외부의 충격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그는 지난 2014년 사고 당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저장된 세월호의 레이더 영상, 사고 지점의 해도, 생존자의 증언 등을 증거로 제시했는데요. 이화여자대학교 김관묵 교수도 “세월호 레이더 영상에 잡힌 괴물체는 쇠붙이이며 상당한 크기다. (이러한 물체는) 잠수함 밖에 없다”며 자로의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물론 자로의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 “잘못된 추론”이라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왔습니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음모론을 부추긴다” 비판도 있었습니다.
용량 문제로 인해 아직 전체 영상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세월X에 대한 논쟁은 뜨겁습니다. 지난 18일 자로가 올린 세월X 티저 영상은 조회수 362만건을 돌파했죠. 이는 결국 세월호 참사의 명확한 진실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침몰 원인뿐 아니라 소극적이었던 구조과정,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알려지지 않은 7시간 행적, 국정원 퇴직자들의 공제회인 ‘양우회’와 세월호의 관계 등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 역할을 맡았던 4.16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다수의 특조위원들은 정부가 조사 활동을 방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조위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장은 “해양경찰청과 청와대 등의 거부로 세월호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 했다”면서 “조사 기간 내내 정부의 비협조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9월30일 세월호 유가족의 반대에도 특조위 활동을 종료시켰습니다. 이후 정부는 세월호 진상 규명과 관련된 활동에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제2의 특조위를 설립하기는커녕 세월호 인양 역시 ‘깜깜이’로 진행해 유가족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밝힐 실마리가 될 거라 여겼던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청문회 역시 큰 소득을 얻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간호장교로 근무한 조여옥 대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모두 박 대통령의 행적을 묻는 질문에 침묵을 지켰습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세월호 수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는 것은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대전제입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열린 9차례의 촛불집회 참가한 시민들은 893만여 명에 달합니다. 광장에서 만난 다수의 시민들은 집회 참가 계기에 대해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채감을 꼽았습니다.
자로의 세월X가 국민에게 남긴 것은 그의 주장에 대한 찬·반 논쟁이 아니라 세월호의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맹골수도 아래에는 아직 9명의 미수습자가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그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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