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헌법재판소(헌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증언을 거부한 청와대 행정관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헌재) 1층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4차 변론에서 자신의 업무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청와대 출입 여부 등에 대해 ‘보안 사항’이라며 굳게 입을 닫았다. 그는 대심판정에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호원은 직무상 알게 된 기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 행정관의 모르쇠에 탄핵 심판 주심을 맡은 강일원 헌법재판관은 “최씨가 청와대에 들어온 것이 왜 그토록 큰 비밀인지 의문스럽다”면서 “재판부가 보기에도 최씨의 청와대 출입은 국가기밀이 아니다. 증언을 거부하면 안 된다. (답변하지 않는 부분에) 범죄 행위가 있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행정관은 “직무상 말씀드릴 수 없다”며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이 행정관은 최씨의 비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지난해 언론을 통해 이 행정관이 두 손을 모아 최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는 등 시중을 드는 모습이 공개된 바 있다.
지난 5일 열린 탄핵심판 2차 변론에 출석한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도 자신의 업무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 등에 대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당시 박한철 헌재 소장은 윤 행정관을 향해 “형사책임을 져야 할 발언 외에는 증언할 의무가 있다”면서 “박 대통령의 개인적 영역이라도 증언을 거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강 헌법재판관도 “진술 거부는 본인이나 본인 가족의 범죄행위가 관련된 경우에만 가능하다”면서 “(증언 거부가 지속되니) 굉장히 부정한 일이 있었다는 의혹이 든다”고 거들었다.
헌재에 따르면 업무·공무상 비밀을 이유로 든 이 행정관과 윤 행정관의 증언 거부는 적절하지 않다. 변호사, 변리사, 의료종사자 등은 업무상 알게 된 타인의 비밀에 대해 법정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 행정관은 업무상 비밀을 지켜야 할 직업군에 속하지 않는다. 또한, 헌재는 이 행정관과 윤 행정관이 청와대 내에서 공식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무상 비밀에 따른 증언 거부도 합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행정관과 윤 행정관은 자신들이 박 대통령의 비공식 업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오는 16일 헌재에서 열리는 탄핵 심판 특별기일에는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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