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반기문, 환영인파에 “10년간 쌓인 피로 녹는 듯”

‘금의환향’ 반기문, 환영인파에 “10년간 쌓인 피로 녹는 듯”

기사승인 2017-01-14 14:05:49 업데이트 2017-01-14 20:31:57

[쿠키뉴스 충북 음성=정진용, 이소연 기자] 영하의 날씨에도 고향을 방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환영 열기는 뜨거웠다.

14일 오전 11시30분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행치마을)에 위치한 반기문 평화랜드에서 반 전 총장의 귀국 환영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2000여명이 참석했다. 

반기문 평화랜드는 반 전 총장의 생가와 선대 묘소가 있는 곳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평화랜드는 행사를 준비하는 이들로 붐볐다. 이날 행사는 군내 16개 시민단체가 모인 ‘반 전 사무총장 귀국 환영대회 음성군 추진위원회’가 주최했다.

반 전 총장이 예정시간보다 늦게 모습을 드러내자 추위에 떨던 참석자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주최 측이 준비한 핫팩 1000여 개는 일찌감치 동이 났다. 노년층, 중·장년층은 두꺼운 외투로 중무장했으나 발을 동동 굴렀다. 착석하지 않고 간이 난로 옆에 모여 행사를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주최 측은 선거법 위반을 우려한 듯 참석자들에게 몇 가지 주의 사항을 고지했다. 주최 측은 “귀국 환영이라는 이번 행사의 취지를 벗어난 선거운동, 현수막·인쇄물 설치는 자제해 달라”며 “‘대통령 반기문’도 연호하지 말아달라”고 수차례 당부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선친의 묘소에 성묘를 마친 뒤, 오전 11시44분 주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석자들은 반 전 사무총장을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다. 이필용 음성군수는 반 전 사무총장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연단에 선 이시종 충북지사는 반 전 사무총장에 대해 “충북도민의 기를 살려준 인물”이라면서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제2의 반기문’이 되겠다는 꿈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웃는 표정으로 연단에 오른 반 전 사무총장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게 환영해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면서 “여러분의 환영에 10년간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 풀렸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지도자의 압제에 신음하는 불쌍한 이들의 대변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세계는 아직 평온하다고 볼 수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한반도 역시 준전시 상태나 다름없다.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지난 10년간 보고 배운 것을 나누겠다”며 “국민 모두의 인권이 존중되는 세상, 배고프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예상됐던 대선 출마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일부 지지자들은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충북 청주에서 손녀들과 함께 참석한 이상옥(77·여)씨는 “반 전 사무총장을 직접 봐서 기분이 좋다”며 “꼭 대선에 나가셔서 잘 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 장혜연(52·여)씨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앞으로 국가를 위해서 좋은 일을 더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의 이번 고향 방문은 지난 2013년 8월에 열린 ‘2013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반 전 총장은 이후 음성 꽃동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거점소독소를 방문한 뒤 학창시절을 보냈던 충주로 이동할 계획이다. 또 충주에서 모친을 만나 귀국 인사를 한 뒤, 오후 3시20분에 충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귀국환영행사에 참석한다.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정진용,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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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