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대통령감 발목 잡을라” 반기문 고향서도 우상화 우려

“충북 대통령감 발목 잡을라” 반기문 고향서도 우상화 우려

기사승인 2017-01-14 20:44:18 업데이트 2017-01-15 21:50:48

[쿠키뉴스 충북=정진용, 이소연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둘러싼 우상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입국한 반 전 사무총장은 14일 충북 음성과 충주를 방문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행치마을) 반기문 평화랜드에서 반 전 사무총장을 환영하는 ‘음성군민인사회’가 열렸다. 행사장 인근에는 ‘반 전 사무총장님의 고향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반 전 사무총장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 수십여개가 펄럭였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환영행사에는 주민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필용 음성군수는 “반 전 사무총장은 지난 10년간 세계평화를 지키며 아프리카 기아,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에 힘쓰셨다”면서 “특히 음성군 아이들에게 유엔 방문 기회를 마련,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게 해주셨다”고 치켜세웠다.

음성군은 지난 2010년 이래로 행치마을에 국비 61억원 등 169억원을 투입했다. 음성군은 반 전 사무총장을 지역의 대표 인물로 내세워 관광 사업을 추진해왔다. 상당1리에는 반기문 생가터와 기념관, 평화랜드가 있다. 인근에는 반기문 비채길(비움과 채움의 길)도 조성돼 있다. 또 음성군은 지난해 12월 국비 43억 등 125억원을 들여 UN평화관 착공에 돌입했다.

문제는 혈세를 투입한 사업이 생존 인물에 대한 ‘우상화’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평화랜드 내 기념비는 이미 한차례 논란이 됐다. 기념비는 반 전 사무총장의 종친회인 광주반씨 장절공파에서 세운 것이다. ‘어렸을 적 품은 뜻 외교관에 심어놓고/ 곧은 신념 꾸준한 노력/ 한 길로 가시더니/ 일백아흔두 나라/ 사랑으로 품으시는 태산이 되셨어라’ ‘오대양 육대주 아우르는/ 세계의 영봉 우뚝 섰네’등이 새겨져 있다.

기념관 내부 안내문에는 반 전 사무총장을 ‘겉은 한없이 부드럽지만 속에는 칼과 쇠가 들어있는 강인한 사람’ ‘두뇌가 뛰어났고 특히 암기력이 출중했던 사람’ 등으로 평가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또 지난해 7월과 9월에는 평화랜드 내 반 전 사무총장의 동상이 잇따라 철거됐다. 생존 인물에 대한 지나친 예우가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지난해 8월 이곳을 방문한 뒤 “마치 북한에 온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다. 반 전 사무총장의 찬가인 ‘거목 반기문’도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반 전 사무총장의 팬클럽 ‘반딧불이’ 충주지회는 지난해 12월25일 창립총회에서 이를 제창하려다 반발에 부딪혀 취소했다.

고향 주민 사이에서도 반 전 사무총장 우상화 작업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음성군민 민모(55·여)씨는 “반 전 사무총장이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우상화 논란이 발목을 잡을까 우려된다”면서 “문제 될 소지가 있다면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랜드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박찬홍(62)씨는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찬양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충북에서 대통령을 아직 배출하지 못해 주민이 반 전 사무총장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우상화 사업은 반 전 사무총장에게 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음성군청 관계자는 해당 논란을 일축했다. 관계자는 “군민의 호응에 따라 지난 10년간 추진돼 온 사업”이라면서 “반 전 사무총장 관련 사업이 시작된 뒤 음성군을 찾는 관광객이 늘었다.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는 이곳에 하루에도 몇 백 명씩 찾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 전 사무총장이 학창시절을 보낸 충주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시민들이 충주시청에 “불법 현수막을 방치한다”고 항의해 반 전 사무총장 환영대회를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이 강제 철거됐다.

충주시청 관계자는 “‘반 전 사무총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불법 현수막을 내려야 한다’ 등의 민원이 있었다”면서 “‘대한노인회에서 어르신들을 환영 행사에 동원한다’는 항의 전화도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에서도 나섰다. 충북자치참여연대는 지자체가 추진한 반 전 사무총장 관련 사업에 의문을 제기하며 주민감사 청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선영 충북자치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자체 규모에 비해 반 전 사무총장 관련 사업에 100억여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면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의견 반영이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평화랜드에 있었던 동상도 우상화 논란이 일자 뒤늦게 철거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반 전 사무총장 관련 사업에 대한 중간점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jjy4791@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정진용,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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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