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대기업에 재단 기금 출연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이익을 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단의 사업들이 실제로 진행돼서 이익을 취했다면 문제지만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억울하다. 저는 돈을 먹으려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탄핵심판소추위원단 측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K스포츠재단에 지역 스포츠클럽을 지휘할 권한을 주고, 최씨의 회사인 더블루K가 이를 컨설팅한다는 사업 계획이 드러났다”며 “정부 예산이 K스포츠재단을 거쳐 더블루K로 유입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씨는 “업무 체결조차 되지 않았다. 막연한 생각이지 어차피 안 이뤄진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소추위원단 측이 “그럼 어떤 구조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최씨는 “제가 뭐라고 이야기하겠냐”며 입을 닫았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지시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살펴본 것은 맞지만, 관여하지 않았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박 대통령이 ‘재단을 만드니 한 번 보라’고 한 것은 맞다”며 “재단 사무실 근처에 한 번 가보지도 않았고, 결재나 자금 등에 전혀 관여한 일이 없다. 호의로 도운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 신문을 받는 게 아니니 (소추위원단의) 유도신문에 답하지 않겠다. 대답하지 않겠다”고 구체적인 증언을 거부했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관련 사업에 대해서도 알지 못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K스포츠재단이 추진한 태권도시범단 사업은 알고 있으나 나머지 사업은 알지 못 한다”면서 “저를 ‘회장님’이라고 지칭한 K스포츠재단의 회의록도 누가 작성했는지 모르겠다. 처음 보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퇴임 후 미르·K스포츠재단 운영에 관여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그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은 그런 생각을 하실 분이 아니다”라면서 “향후 재단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비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스포츠재단은 돈을 크게 만질 수 없는 구조”라며 “돈 없고 힘든 학생을 위해 좋은 뜻에서 재단을 설립하려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재단 출연금 관련 대기업과 접촉한 일에 대해서는 “형사재판과 관련된 일”이라며 진술을 거부했다.
재단의 비리가 폭로되자 최씨가 대응지침을 내린 녹취록도 쟁점이 됐다. 지난해 12월 청문회에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처장이 돈을 요구했다는 식으로 몰아라”는 최씨의 음성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최씨는 녹취록 내용에 대해 “방어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라면서 “(이 전 사무처장 등이) 저를 이용해 녹취를 유도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이 774억원을 내게 강요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구속기소됐다. 이날 오후 5시에는 최씨와 같은 혐의를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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