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특검 출석 “블랙리스트 주도자는 김기춘…헌법가치 훼손 용서할 수 없는 행위”

유진룡, 특검 출석 “블랙리스트 주도자는 김기춘…헌법가치 훼손 용서할 수 없는 행위”

기사승인 2017-01-23 15:58:02 업데이트 2017-01-23 17:27:24

[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23일 오후 2시 박영수 특별검사(특검)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특검 사무실에 입장하기 전, 유 전 장관은 기자들에게 블랙리스트 관련 비판 의견을 쏟아냈다. 

이날 유 전 장관은 “저와 (문체부) 동료, 후배들이 목격하고 경험한 정보를 취합해 볼 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것이 분명하다”면서 “김 전 비서실장의 취임 후에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고, 청와대 수석회의 때도 저에게 수시로 블랙리스트의 운용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를 지속해서 부인 중인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해 “블랙리스트에 반대하는 사람을 모욕하고 핍박해왔음에도 이제 와서 ‘모른다’고 하는 건 너무나 비겁한 태도”라고 일갈했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단순히 ‘까만 명단’이 아니다”라면서 “정부 예산이나 제도 등 공공의 자산을 가지고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아주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차별하고 핍박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민주사회는 정부가 비판을 부탁하고 그걸 수용해서 더 나은 사회로 가는 것이 요체”라면서 “용서할 수 없는 헌법 가치 훼손 행위”라고 강조했다. 

문체부 직원들이 블랙리스트 관련 받았던 압박도 토로됐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담당 직원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울면서 호소한 적이 있다”면서 “타 부서로 전출을 권하니 ‘내가 피하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누구한테 맡기겠냐’며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유 전 장관은 “문체부 직원들이 (블랙리스트 관련) 자료를 정리해 김 전 비서실장이 구속되는 단계까지 갈 수 있었다”면서 “현직에서 일하는 이들이 굉장히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신현택 전 문체부 차관을 통해 유 전 장관을 회유하려 했다는 보도에 대한 해명도 있었다. 유 전 장관은 “제가 신 전 차관을 통해 조 전 장관에게 블랙리스트 관련 인사 정리를 부탁했다”면서 “특검에서 신 전 차관의 문자메시지를 보고 오해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문체부 장관을 지냈다. 유 전 장관은  2014년 6월 블랙리스트 집행의 부당성을 청와대에 제기, 마찰을 빚어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을 비롯,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5명의 전·현직 고위 공직자가 블랙리스트 작성 및 운용 혐의로 구속됐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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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