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명절 증후군, 마음의 안테나를 세워보자

[이슈 인 심리학] 명절 증후군, 마음의 안테나를 세워보자

기사승인 2017-01-26 11:17:52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설’이라는 말에서 나이를 뜻하는 ‘살’이 나왔다. 명절에 모인 가족들은 뜻하지 않게 서로의 상처가 되기도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나잇살’과 함께 ‘나잇값’을 언급한다. 결혼, 취업, 돈 모두 나이를 먹으며 소화해야 할 영양분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남긴 상처는 결국 ‘명절 증후군’으로 남는다. 그리고 심하면 사건·사고로 이어진다.

사랑함에 세심했던 나의 마음이/ 그렇게도 그대에겐 구속이었소/ 믿지 못해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헤어지는 이유가 됐소

송골매의 보컬이었던 구창모씨가 불렀던 노래 ‘희나리’ 가사 일부다. 희나리란 순우리말로 덜 마른 장작이라는 뜻이다. 일반 장작과 달리 활활 타오르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불씨가 남는다. 그래서 희나리는 미련이나 아픔을 상징하는 뜻으로 많이 사용된다. 어쩌면 가족은 희나리와 흡사하다. 사랑하지만 서로에게 아픔이고 미련이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도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여 주는 것이 어려서는 세심함이고 보살핌이지만, 장성한 자녀들에게는 부담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명절에는 ‘말’이 중요하다. 욕심을 뺀 말을 적절히 사용하면 상대에게 큰 힘을 줄 수 있다.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사람의 머리와 가슴까지의 30센티밖에 안 되는 거리입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동하는 데 평생이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머리는 알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가족의 경우가 그렇다. 많은 사람이 기억은 뇌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하트 매스연구소 롤린 맥크레이티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심장에 신경세포들로 이뤄진 작은 뇌가 있어 두뇌의 명령 없이도 스스로 박동하며 기억과 감정을 인지할 수 있다.”

심장은 단순히 혈액을 펌프질하는 근육 덩어리가 아니다. 심장의 60%는 두뇌의 신경세포와 똑같은 ‘뉴런’ 세포로 구성되어서 기억과 의식을 저장할 수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심리학과 게리 슈왈츠 교수는 심장이식을 받은 사람들에게 기증자의 성격과 습관이 전이되는 현상을 연구했다. 그 결과 심장에 기억하는 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하루빨리 고향에 도착해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과 달리 막상 만나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심장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위로와 용기의 말을 서로의 가슴에 새겨야 한다. 이번 설에는 서로의 심장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무엇인지 마음의 안테나를 세워보자.

이재연(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행복한 심리상담 연구소 소장)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