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설 연휴를 앞두고 예비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열리는 대선이다. 짧은 시간 안에 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유권자의 혜안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혼돈의 대선 정국에 나선 후보들의 경쟁력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이젠 정말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출판기념회에서 두 번째 대권 도전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후, 문 전 대표는 차기 지도자로서의 기반을 다져왔다. 야권에서 다양한 주자들이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냈으나, ‘문재인 대세론’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높은 지지율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 노무현의 동료에서 야당의 당수로
문 전 대표는 지난 1980년 사법시험에 합격, 차석으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학생운동 경력으로 인해 판사로 임용되지 못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부산 지역에서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오던 문 전 대표는 고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청와대 민정수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지난 2009년 고 노 전 대통령 서거 후에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이후 2012년 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 5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같은 해 12월 열린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섰으나,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3.6% 차로 패했다. 문 전 대표는 대선 패배 후,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그 후신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 20~40대 젊은 유권자에 강세…20%의 콘크리트 지지층 확보
문 전 대표는 젊은 유권자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 갤럽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9%)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를 진행,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지난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응답자 중 49%가 문 전 대표를 지지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지지를 표한 30대 응답자는 각각 18%, 6%에 그쳤다. 문 전 대표를 차기 정치 지도자로 선호하는 20대와 40대 응답자는 각각 39%, 36%였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지난 하반기 이후 20%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송민순 회고록 파문, 반기문 총장 방한 등 정치 이슈에도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20% 이하로 하락하지 않았다.
■ 前 대선후보 프리미엄…정치 역량 부족 지적도
문 전 대표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48%라는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이미 검증된 후보라는 점은 문 전 대표의 가장 큰 자산이다. 전 대선 후보라는 ‘프리미엄’을 지닌 셈이다. ‘높은 도덕성’ 역시 문 전 대표의 장점 중 하나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요직을 두루 거쳤음에도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은 깨끗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지지자만큼 비판 세력도 많다. 문 전 대표의 언행은 쉽게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파동으로 ‘종북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군 복무 기간 단축’ 발언으로 안보관을 지적받았다.
뛰어난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도 문 전 대표의 발목을 잡는다. 그는 당 대표를 지낼 당시 열린 대부분의 선거에서 새누리당에 패배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는 “호남지역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쳤으나 호남에 배정된 28석 중 단 2석만을 확보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지난 총선 때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지만 현재는 호남에서도 문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적극적인 인재 영입을 통해 당을 제1당의 위치에 올려놨다”고 비판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차기 대선 주자로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어 견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언제든 논란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 의견 엇갈려 “‘문재인 대세론 지속될 것” vs “안티 세력 많아”
문 전 대표에 대한 정치 평론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문재인 대세론’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종북 논란이나 위기 국면이 있음에도 지지도의 큰 변동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대세론이 탄탄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친문(친문재인)패권주의에 대한 비판과 제3세력의 강력한 단일대오가 형성될 경우, 위기를 맞을 수 있으나 아직 그러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조기 대선이 빠르게 이뤄질수록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할 것이다. 다만 대세론에 위기감을 느낀 상대세력이 반문전선을 형성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있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은 메시지 전달력이 떨어진다. 말을 들었을 때 금방 와 닿지 않는다”면서 “중도 보수층에서 ‘종북 우려’로 문 전 대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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