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대선엿보기②] 유승민, ‘따뜻한 보수’는 양날의 검?

[2017대선엿보기②] 유승민, ‘따뜻한 보수’는 양날의 검?

기사승인 2017-01-27 08:07:32 업데이트 2017-01-27 17:46:32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설 연휴를 앞두고 예비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열리는 대선이다. 짧은 시간 안에 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유권자의 혜안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혼돈의 대선 정국에 나선 후보들의 경쟁력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쿠키뉴스=이소연 기자] “따뜻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위해 복지·노동·교육·보육·주택·의료 분야에서 과감한 개혁을 해내겠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26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라는 별칭처럼 평등을 강조하며 사회 전 분야의 개혁을 약속했다. 기존의 보수와는 조금 다른 노선을 걷는 그의 행보는 “‘양날의 검’과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 경제학자에서 개혁보수의 아이콘으로 

유 의원은 엘리트 경제학자 코스를 밟아온 인물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지난 2000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정책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맡으며 정치권에 발을 담갔다. 이후 2004년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초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듬해인 2005년부터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내정, 같은 해 10월까지 박 대통령의 보좌를 맡았다. 지난 2007년에는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하며 원조 친박(친박근혜)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당명 변경 등으로 박 대통령과 충돌을 빚으며 사이가 멀어졌고, 박 대통령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각을 세웠다. 지난 2015년 7월 유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와 갈등을 벌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때 박 대통령은 유 의원을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일갈했다. 지난 2016년 4월 열린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됐으나 새누리당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논란이 된 뒤,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 대권 후발주자, 2~4% 지지율…“검증 이뤄지면 지지율 요동칠 것”  

대권 주자로서 유 의원에 대한 지지도는 2~4% 선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 갤럽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9%)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를 진행,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지난 13일 발표했다. 유 의원에 대한 지지는 3%로 8명의 후보 중 7위를 기록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1%),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20%), 이재명 성남시장(12%),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7%), 안희정 충남지사(6%),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5%)가 유 의원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유 의원은 낮은 지지율에 대해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자리에서 “중요한 것은 도덕성과 정책 검증이다. 검증이 이뤄지면 (저에 대한) 지지율이 요동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 측 관계자도 “국민에게 유 의원의 정책과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비전 제시…야당과 차별성 없다는 지적도 

개혁적 성향을 지닌 보수라는 점은 유 의원이 가진 장점이다.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비전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진보 진영에서도 표를 끌어올 수 있는 보수 후보로 꼽힌다. 지난 2015년 유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진행했던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야권에서 큰 호평을 얻었다. 유 의원은 당시 연설을 통해 “성장과 복지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유 의원의 연설에 대해 “드디어 보수가 꿈을 꾸기 시작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다만 “야당 주자와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유 의원이 주창하고 있는 △감세중단 △복지예산 확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의 정책이 사실상 야당의 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보수진영에서 확고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유 의원의 가장 큰 약점으로 평가된다. 대표적 보수 인사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전원책 변호사는 “유 의원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크게 의심된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과거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활동할 당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는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유 의원은 “최씨를 최태민의 딸이라는 정도로만 알았다”면서 “제가 비서실장을 할 때 그런 농단을 하는 줄 알았으면 바로 잡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전문가 “대통령감으로서의 성과 보여줘야”

전문가는 “유 의원이 대통령 자격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합리적이고 개혁성을 갖췄으며 경제전문가라는 타이틀까지 보유했다. 정치인으로서 좋은 조건을 갖췄다”면서 “다만 아직 국가 지도자가 될만한 뚜렷한 면모를 보여준 적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그동안 반사효과를 본 것이지 스스로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여러 후보 중 가장 높다”면서 유 의원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유 의원의 존재 가치를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너무 학자적인 것이 유 의원의 단점”이라고 덧붙였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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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