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쿠팡이 소셜커머스 사업을 접었다. 정확히 말하면 '지역 핫딜'을 접은 것이다. 지역 음식점, 마사지 이용권 같은 수익성 낮고 품이 드는 지역 밀착형 비즈니스를 접고 이제는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자체배송과 '아이템마켓'으로 보여주는 오픈마켓 형태의 양대 축으로 비즈니스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수익성을 고려하면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쿠팡 관계자와의 대화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쿠팡이 이제는 '이커머스 기업'임을 강조하며 그 누구와도 다른, 쿠팡만의 비즈니스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위메프, 티몬 등의 소셜커머스와 묶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11번가나 옥션, G마켓 등의 오픈마켓과도 묶이는 것도 거부했다. 쿠팡이 예전부터 롤모델로 꼽아왔던 아마존과도 비교하기를 원치 않았다. '독보적인 플랫폼'으로 평가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쿠팡의 모델이 독보적인 플랫폼일까. 여기에는 퀘스천 마크가 붙는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쿠팡의 직매입 모델을 너도나도 벤치마킹하고 있고, 더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인 11번가가 직매입을 추진하고, 소셜커머스 티몬의 슈퍼마트, 위메프의 신선생 등 각사가 직매입 서비스를 늘려가는 와중에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인터넷몰의 경계가 이미 무너지고 있다.
이뿐 아니다. 오픈마켓인 G마켓이 소셜커머스와 유사한 '핫딜' 등 큐레이션 시스템을 도입하고 11번가도 고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천상품 최적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각 홈쇼핑 사이트도 특가를 제시하는 인터넷 쇼핑몰로 전환해가고 있고, 오프라인 대형마트도 온라인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즉 대부분의 인터넷 기반 쇼핑몰이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해 가고 있다. 쿠팡이 소셜커머스를 떼고 이커머스를 붙이는 것은 단순히 거창한 수사에만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이미 경계가 무너진 시장에서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지금 쿠팡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 그랬던 것처럼 구조적인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오는 것이다. 쿠팡의 점유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른 배송과 물류직원의 정규직 채용으로 인한 신선함이 이제는 역으로 쿠팡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류센터 비용과 인건비 비용이 점차 늘어나며 적자 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수료가 높은 네이버 쇼핑에서도 발을 뺐다. 예전보다 할인쿠폰 등 프로모션 행사도 줄었다. 로켓배송 가격 하한선도 올렸다. 변화 가운데서 쿠팡에게는 올 한 해가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수사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묘수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