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최초의 ‘홍채인식’ 기능 등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해야 했던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이 다시 시장에 돌아온다면 환영 받을 수 있을까?
지난해 삼성전자가 배터리 발화 문제로 회수한 갤럭시 노트7의 물량은 약 300만대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이를 ‘리퍼’ 제품으로 다시 판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적잖은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고 쌓아두고 있는 상황에 따른 것이다. 리퍼는 기존 제품을 재정비한 ‘리퍼비시(refurbish)’ 제품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애플이 ‘아이폰’의 리퍼 교환 AS(애프터서비스) 정책을 펴면서 익숙해졌다.
갤럭시 노트7 리퍼 판매에 대해 삼성전자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력 제품의 리콜과 조기 단종으로 떠안게 된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인 만큼 유력한 가능성으로 거론된다. 전량 폐기라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 면에서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비용 최소화 차원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오는 4월 출시 예정인 차기 전략 모델 ‘갤럭시 S8’의 판매 수요를 일부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노트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이 출시될 예정으로 역시 판매 간섭이 우려된다. 리퍼 판매를 하게 되더라도 그 시기가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이다.
시장의 예상치 못한 반응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모델의 결함을 해소하고 선보인다 해도 신제품 출시가 임박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호응을 보낼 지는 미지수다. 또 배터리 발화라는 중대한 안전 문제가 있었던 제품이라는 데 대한 거부감도 있을 수 있다.
업계에 알려진 리퍼 판매 계획은 기존 문제로 지적된 배터리를 보다 작은 용량으로 교체해 안전성을 확보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존 최고 수준의 사양과 홍채인식 등 신기술로 인기를 모았던 제품이지만 이 경우 배터리 사양 면에서 다운그레이드를 거쳐 재판매되는 셈이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회수한 갤럭시 노트7 물량 처분 방안을 두고 판매 시점 외에 가격 포지셔닝 부분에서도 고민해야 한다. 출시를 앞둔 차기 전략 제품들과의 간섭을 최소화 하는 동시에 효과적인 비용 절감을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리퍼 판매는 미국에서 전문 업체를 통해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효과적인 유통 채널과 방식 등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갤럭시 노트7은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제품 안전성 문제에 대해 전면 리콜과 조기 단종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상징적인 제품이다. 단순히 손실을 줄이기 위해 숫자로 따진 손익 계산만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면 소비자 인식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을 다시 판매할 경우 합리적인 가격 책정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출시 당시 인기를 모았던 제품인 만큼 수요는 분명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노트7 재판매는 기대와 실망을 겪어야 했던 이들 소비자에 대한 일종의 보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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