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이승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10일, 시민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으나 ‘태극기 집회’에서는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최루액을 발사하는 등 일대가 혼란을 빚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앞에서 ‘탄핵 인용을 위한 2차 헌재 앞 긴급행동’을 개최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촛불이 민심이다’ ‘박근혜는 감옥 가라’ ‘탄핵은 시작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하야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OST인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등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이들도 있었다.
퇴진행동 측은 집회 현장에 대형 스크린을 준비, 오전 11시부터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 선고를 시민들과 지켜봤다.
오전 11시22분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을 낭독하자 현장에서는 환호와 박수 소리가 울러 펴졌다. 눈물을 흘리는 시민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 임모씨는 “박 대통령의 탄핵은 사필귀정”이라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라를 다시 세우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모(25)씨도 “탄핵이 인용돼서 기쁘다”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토론이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퇴진행동은 탄핵 선고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항쟁승리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헌재에서 박근혜를 파면한 것은 시민들의 의지를 수용한 것일 뿐”이라면서 “박근혜를 물러나게 한 것은 바로 우리 시민”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시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면 박근혜를 구속하고 공범자들을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면서 “직접 행동으로 정치와 교육을 바꾸고, 언론개혁과 사법정의를 실현하며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퇴진행동 측은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벌였다.
같은 날,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에서는 참가자 2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취재진은 탄핵심판 인용에 분노한 참가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이날 오전 10시부터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오전 11시22분 박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분노한 참가자들이 헌재로 향하던 중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김모(72)씨가 경찰의 방송 차량에서 떨어진 스피커에 맞고 쓰러졌다. 오후 12시30분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에 의해 김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후 1시50분 숨졌다. 또 다른 참가자인 김모(60)씨는 오후 12시15분 안국역 4번 출구에서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탄기국 측은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참가자들을 자극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계엄령을 선포한다. 국회의원 전원을 체포하고 배신의 무리를 색출해야 한다”면서 “헌재로 쳐들어가자”고 주장했다.
취재진에게 폭력이 행사되기도 했다. 시위대는 사다리와 경찰이 설치한 안전펜스를 기자를 향해 던졌다.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을 당한 기자들도 있었다. 사진 기자의 카메라 렌즈가 부서지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고성과 함께 주먹다짐이 오갔다. 이들은 행인이 웃고 있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거나, 핸드폰을 들고 있다는 이유로 ‘사진을 찍지 말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시위대는 헌재로 향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차벽으로 세운 경찰 버스 위를 사다리를 타고 올랐다. 버스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났고 결국 경찰은 오후 2시23분 탄기국 시위대에게 최루액을 살포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지역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 ‘갑호 비상’을 발령했다. 경찰은 병력 2만1600여명을 동원했으며 종로2가 로터리에서 안국역 로터리까지 약 770m 구간을 양방향 완전히 통제했다.
soyeon@kukinews.com/ 사진=박효상, 박태현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