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4일 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앞서 2012년 무소속으로 대선에 도전했던 안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지지를 선언, 출마를 포기했다. 지난 대선 당시 불었던 ‘안철수 현상’은 잦아들었다. 다만 약점으로 꼽혔던 정치적 기반과 경력은 보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 서울대 의대생, 컴퓨터 ‘백신’을 만들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98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의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서였다. 같은 대학에서 기초의학을 전공,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의 최연소 학과장으로 임명됐다. 안 전 대표가 만 27세 때의 일이었다.
그는 의학뿐만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안 전 대표는 의대 박사과정 중이던 지난 88년, 독학으로 컴퓨터 바이러스용 백신 ‘V1’을 개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이었다. 안 전 대표는 낮에는 의대 박사과정 등의 본업을, 밤에는 백신 개발에 몰두하는 ‘이중생활’을 7년 간 이어갔다. ‘예루살렘’ ‘미켈란젤로’ 등 각종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 대중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지난 94년 해군 군의관 전역 후, 안 전 대표는 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했다. 안철수연구소(안랩)를 설립, 본격적으로 컴퓨터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안랩은 승승장구했다. 지난 97년 세계적 보안솔루션 업체 맥아피(Mcafee)로부터 “1000만 달러에 안랩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04년에는 매출 300억원을 넘어서며 벤처기업 성공신화를 새롭게 썼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의 표상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듬해 안 전 대표는 “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며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미국으로 떠났다.
▲ ‘안철수 현상’의 주인공…서울시장·18대 대선, 두 번의 양보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전공한 후, 지난 2008년 귀국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대학원장을 맡으며 교육자로서 활동했다.
안 전 대표의 대중적 인지도가 급상승한 것은 이 시기였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09년 6월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다. 비연예인 게스트로서는 처음이었다. 그의 성공스토리에 사람들은 찬사를 보냈다. 지난 2011년에는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하며 ‘청춘콘서트’를 열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멘토’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같은 해 8월에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마를 고려했다. 출마를 시사한 것만으로도 지지율이 50%대까지 솟구쳤다. 그러나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물러났다. 이후 약 1500억원 가치의 안랩 주식을 사회에 환원한 것이 알려지며 ‘안철수 현상’은 더욱 거세졌다. 서울시장 후보를 넘어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했다.
출마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던 안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9월 “제게 주어진 시대적 숙제를 감당하겠다”며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또다시 완주하지 못했다. 당시 통합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하며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안 전 대표는 대선일에 맞춰 미국으로 떠났다.
▲ 본격적 정치인의 길을 걷다…국민의당 창당·정치기반 확보
칩거는 길지 않았다. 지난 2013년 4월 서울 노원구 재·보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정계에 첫발을 디딘 것이다. 국회 입성 후, 그의 정치적 자산이었던 ‘새정치’를 지향하는 신당 창당에 힘썼으나 쉽지 않았다. 결국 독자 창당 대신 민주당과 통합, ‘새정치민주연합(새정련)’을 창당했다. 김한길 전 새정련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러나 ‘동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당권을 장악한 문 후보와 ‘혁신안’을 두고 갈등을 빚다 결국 탈당했다.
이후 새정련 탈당파와 함께 국민의당을 창당, 공동대표로 추대됐다. 당시 안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대해 ‘독자 세력’ 형성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야권에서는 단일화를 요구했으나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며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결과적으로는 그의 선택이 옳았다. 안 전 대표가 이끈 국민의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 지역의 28석을 포함, 총 38석을 확보했다. 원내 제3당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총선 과정에서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 일자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법원은 지난 1월 해당 의혹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에서 “정치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으로 더 큰 간절함과 강철 같은 의지를 담아 정치를 바꾸겠다”며 두 번째 대권 도전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양보나 중도 포기 없이 이번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soyeon@kukinews.com / 그래픽=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