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속빈 강정 '미분양관리제도'… 근본책 없는 땜질 정책

[기자수첩] 속빈 강정 '미분양관리제도'… 근본책 없는 땜질 정책

기사승인 2017-04-14 08:49:27


[쿠키뉴스=이연진 기자] 정부가 주택시장의 공급물량을 조절한다는 명목으로 '미분양관리지역' 지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달 7차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수도권 8개 및 지방 17개, 총 25개 지역을 선정해 발표했다.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는 요건은 미분양 주택 수가 500가구 이상인 시·군·구 중 최근 3개월간 전월보다 미분양주택수가 50% 이상 증가하거나 당월 미분양 가구수가 1년간 월평균 미분양 가구수의 2배 이상인 지역이다.

한마디로 미분양관리지역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도하게 많아 미분양 위험이 있다는 경고의 표시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시장에서는 보란듯이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신규공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전국에서 분양 예정인 주택은 21만7726가구로 집계됐다. 수도권에서 13만3637가구, 지방은 8만4089가구가 나온다. 문제는 이중 23%에 해당하는 4만9591가구가 미분양관리지역에서 신규 물량이 나온다는 점이다.

이처럼 허술한 정부의 '미분양관리제도'는 시장에서 전혀 약발이 안 먹히고 있다. 사실 정부는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만 했지 별다른 제재나 근본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정한 제재는 한 가지다. 사업자가 미분양관리지역에서 주택을 공급할 목적으로 사업부지를 매입하고자 하는 경우 분양보증 심사를 받아야만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외에 과도한 공급을 막을 만한 그 어떤 대책도 없다. 주택 공급 물량을 조절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방안없이 지정만 해놓는 '땜질' 정책인 것이다.

사실 지역에서 미분양이 많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생겨 수급 조절이 안 됐기 때문이다. 주택을 살 만한 사람이 없는데 공급이 많다보니 주인없는 빈 집이 늘어나고 가격 하락세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미분양 시한폭탄'이라는 뇌관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분양 폭탄은 우리 경제 전반을 갉아먹을 공산이 크다. 구멍이 뚫린 정부의 주택수급 관리 체계에 대한 보안이 시급한 시점이다.  lyj@kukinews.com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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