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주 첫 마중길, 無합의-교통체증 가중에 주민 불만 고조

[기획] 전주 첫 마중길, 無합의-교통체증 가중에 주민 불만 고조

기사승인 2017-05-27 06:00:00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지역경제 활성화‧관광객 환영 등의 야심찬 계획 하에 추진 중인 전주시 ‘첫 마중길’ 사업. 정작 주민과의 완전한 합의 없이 교통체증 등의 불편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시는 전주역 앞 도로가 휑하다는 이유로 ‘첫 마중길’ 사업을 추진했다. 전북대학교에 이르는 850m 도로 한 가운데에 보행길을 까는 대규모 공사다. 이곳에 나무를 심고, 즉석공연을 연다고 한다. 지난해 4월 착공에 들어갔고 지금은 마무리단계다. 투입된 비용은 60억 원에 이른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이 사업의 취지를 ‘첫 인상’이라 표현했다. 지난 17일 현장을 찾은 김 시장은 “한 사람의 첫인상은 개인에게 멈추는 것이지만 도시의 첫인상은 도시 전체에 해당되는 것”이라면서 “전주의 첫 인상인 전주역 앞 대로에 사람과 생태, 문화의 가치를 담아서 대표 관광도시의 관문이자 아주 매력 있는 첫 인상으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가 무색하게 지역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해있다. 주민들은 “도시 디자인을 주민불편과 바꿔먹었다”면서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도로는 도시 안과 밖을 잇는 허브 역할을 한다. 전주시에 따르면 해당 도로에서 시외로 빠져나가는 차량은 70%에 이른다. 여기에 대학교, 병원, 대형할인매장 등이 도로변에 즐비하다. 자연히 자동차 통행량이 상당하다.

그런데 이번 공사로 왕복 8차선 도로가 6차선으로 줄었다. 넓었던 양쪽 도보도 반 가까이 깎이고 속도제한을 이유로 도로형태가 곡선으로 바뀌었다. 운전을 업으로 삼는 택시기사를 비롯해 배웅 나가는 지역주민, 차를 몰고 온 관광객은 뜻하지 않게 교통체증에 시달리게 됐다.

전주시측은 일련의 과정에 충분한 합의가 있었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상생발전협의회란 합의체를 통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협의회는 보행길이 조성된 백제로 인근 상권 입주민으로 구성돼있다. 지역사회 전체의 의견은 아니란 거다.

지역민심을 반영한다는 택시기사들을 만났다. 이들은 “합의한 적 없다” “처음 도로를 파낼 때 뭘 하는지조차 몰랐다” “교통체증이 시에서 말하는 것보다 심각하다” 등의 반응과 함께 모든 원인을 전주시의 ‘불통’에 돌렸다.

택시기사 A씨는 “출퇴근시간이나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차가 빠지질 못한다. 욕이 절로 나온다”면서 “이거 해놓고 시장은 잘 했다고 말하는데, 사람들은 전부 욕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공사를 하는데 누가 어떻게 합의한 지를 들어본 적 없다. 도로를 파낼 때도 뭘 하고 있는지 몰랐다. 택시기사가 몰랐으니 지역주민은 오죽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B씨는 명주골 네거리에서부터 전주역까지를 ‘고통의 순환로’라고 표현했다. 그는 “손님이 오면 마중나간다고 해서 마중길이라 만든 것 같은데, 마중 나가는 길을 이렇게 개판으로 만들어놓고 뭘 마중 나가라는 거냐”면서 “평소에 전주역으로 가 달라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이 도로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 때마다 주차장 꼴이 되어있다. 일반 차량하고 택시하고 엉켜서 꼼짝도 못한다. 역전으로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B씨는 교통체증으로 기차시간을 놓치는 손님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손님들은 기차시간에 맞춰서 출발한다. 그런데 주말에는 백제로가 상상 이상으로 막힌다. 기차를 놓쳤다며 내게 욕설하는 손님도 봤다”고 호소했다.

택시기사 C씨는 “택시는 바퀴가 굴러가야 되는데, 여기는 가만히 서 있는 시간이 많다. 손님 태워놓고 1시간에 6000원도 못 벌면 무슨 소용이냐. 손님도, 기사도 짜증이 나는 거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거 때문에 손님들이 짜증을 내는데, 우리가 상담사도 아닌데 그 불만을 들어주고 있어야 한다. 왜 막히냐고 하는데 뭐라고 하나? 그렇다고 돌아서 가면 그건 그거대로 손님의 불만을 살 수 있다”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주시 덕진구에 사는 D씨(여‧54세)는 “시에서 돈이 없다고 하는데 이런 건 어떻게 돈을 만들어서 한 건지 모르겠다”면서 “요즘 지역방송에서 (마중로가) 문제가 많다는 방송이 나온다. 인터뷰하는 시민들도 반발하는데 시에서는 ‘더 좋아질 거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라고만 한다. 꼭 4대강을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곡선도로에 대한 위험문제도 있다. 전주시는 “사람이 우선인 길인만큼 자동차 속도를 줄이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지만 택시기사들은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A씨는 “길을 와본 사람이야 잘 알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쪼개졌다가 다시 붙는 곡선길의 체계를 잘 모른다”면서 “그런 사람들과 몇 번 부딪칠 뻔했는데 심장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논란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사람이 우선인 길을 만들기 위해 횡단보도를 설치하다보니 교통체증이 생긴 듯하다”면서 “신호체계 주기를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주민이 100% 만족할 순 없다. 지역발전을 위한 것이니 긴 안목으로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dne@kukinews.com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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