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노동자 근로 환경, 구의역 사고 반성에도 여전히 열악

철도 노동자 근로 환경, 구의역 사고 반성에도 여전히 열악

기사승인 2017-05-31 15:36:47 업데이트 2017-05-31 15:51:26

[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 대한 반성에도 불구, 철도 노동자의 근로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31일 ‘약속을 지켜 시민 안전을 지켜나가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구의역 사고 백서를 출간했다. 지난해 5월28일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모(19)군이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사고를 기리는 의미에서다. 

백서에는 사고 과정과 원인, 대응, 앞으로의 계획 등이 260쪽으로 정리됐다. 안전 관련 직원 직접고용, 일부 역사 스크린도어 재시공, 스크린도어 관제 시스템 구축 등도 사후대책으로 제시됐다. 실제로 서울지하철 1~4호선을 관리·감독하는 서울메트로는 안전 업무 시 2인1조 활동을 의무화했다. 서울메트로 관할 내 모든 역사의 스크린도어를 한 곳에서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됐다. 

철도공사(코레일)도 지난해 11월 제2의 구의역 사고를 막겠다며 선로 작업 근로자를 위한 특별 안전대책을 내놨다. 당시 철도공사측은 “열차 접근 경보 시스템 개발, 트롤리(운반장비) 관제 감시 강화, 관리·감독체계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의역 사고 이후로도 철도 노동자의 근로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전히 인력부족에 시달려 사실상 안전수칙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해 온 서울지하철 5~8호선의 경우 차장 없이 기관사 혼자 전동차를 운행한다. 열차 끼임 사고, 스크린도어 고장 사고 등에 있어 제때 대응하기가 어렵다.   

철도 노동자의 사망사고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서울 경원선 광운대역에서 열차 연결과 분리업무를 하던 조모(52)씨가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조씨가 작업 중 열차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철도노조 측은 “본래 광운대역의 근무 정원은 7명이었으나 인력이 계속 줄어 현재 5명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노동 강도 강화와 피로 누적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 장안철교부근에서 20대 비정규직 하청노동자가 다리 보강공사 도중 추락해 숨졌다.

노동자들은 전반적인 처우 개선을 강조했다.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이호영 교선실장은 “철도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 개선과 처우 개선이 권고됐으나 미진하다”며 “스크린도어 수리 중 열차가  진입할 경우에 대비, 노동자들이 비상탈출을 할 수 있도록 스크린도어 고정문을 철거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일부 역에서만 철거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김선욱 미디어소통실장도 “구의역 참사 이후, 철도 안전 관련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이라 기대했으나 현장에서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인해 참사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며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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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