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선진료 묵인’으로 기소된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재판에 증인으로 서길 거부, 신문이 불발됐다. 향후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3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열린 이 전 행정관의 재판에 증인 출석이 예정돼 있었으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구인영장을 발부했음에도 증인(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았다. 기일을 재지정해도 출석이 보장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증인 채택 결정을 철회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특검)팀은 지난달 12일 “운동치료사 등이 청와대에서 한 일이 ‘의료행위’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9일 재판 준비를 이유로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재판부는 정당한 이유가 아니라고 판단,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영장 발부에도 소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이 영장 집행을 위해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방문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건강상태를 이유로 강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특검은 “여성이고 전직 대통령인 점을 고려할 때 물리적 강제력까지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에서 증인이 구인영장에 응하지 않더라도 제재할 수 있는 별도의 규정은 없다.
박 전 대통령의 증언 거부로 이 전 행정관의 재판 일정은 차질을 빚게 됐다. 재판부는 특검 측에 서면조사를 권했다. 그러나 이 전 행정관 측에서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 조사가 불발됐다.
앞으로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불출석으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법정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지난달 17일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특검은 “뇌물수수 경위를 비롯해 이 부회장이 ‘현안’에 대해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입증하려면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며 증인신청 이유를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증언은 필수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사건에도 깊숙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증언이 주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들 재판의 쟁점 중 하나는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지시한 ‘윗선’을 밝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요구, 블랙리스트 작성, 공무상 비밀문서 유출 등 18가지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3일부터 정식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공범으로 지목된 최순실씨와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선고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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