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송금종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금통위)가 열리는 날은 이렇다. 회의가 10분 정도 남았을 때 기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15층으로 올라간다. 의장인 이주열 총재를 비롯한 7인의 기준금리 ‘키 맨’이 등장하면 대기하던 사진기자는 셔터를 누르고 취재기자는 펜을 든다. 이들의 표정과 제스처, 심지어 넥타이 색깔까지 통화정책 단서가 될 만한 내용이라면 모조리 기록한다. 이 과정은 1~2분이면 끝난다. 오전 9시 회의가 시작되면 취재진은 회의실을 빠져나간다.
이런 풍경도 당분간 기억 속에 남게 된다. 금통위 회의실이 이전한다. 본관 리모델링 공사로 3년간 소공동을 떠나 삼성동 본관으로 옮긴다. 새 회의실은 17층이다. 평수는 전보다 더 넓어지지만 천장높이가 낮아진다. 공사는 오는 2020년 하반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완공 후에는 회의실이 본관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 때는 회의실이 16층에 설치된다.
회의장소는 그간 여러 차례 바뀌었다. 본래 화폐박물관에 있었지만 한은이 설립되던 해 한국전쟁이 터졌고, 전란을 피해 SC제일은행을 거쳐 멀리 부산으로 이전하기도 했다. 이번에 옮기면 횟수로만 6번째다.
금통위 회의실이 이사를 앞두고 일부 공개됐다. 8일 총재·부총재와 출입기자단이 기념촬영 행사를 가진 것. 이 총재는 평소와는 다르게 노타이(No Tie) 차림으로 회의실에 들어왔다. 장병화 부총재도 함께했다. 금통위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총재와 장 부총재는 기자들과 의장석 뒤편에서 마지막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은 기자들에게 금통위원석도 양보됐다.
회의 때마다 드나들던 공간이 텅 비면서 보이지 않던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의장석을 중심으로 뒤쪽에 있는 ‘비밀의 방’ 세 개가 눈에 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방은 경론이 벌어질 때 잠시 정회하는 일종의 ‘내실’이다. 때론 위원들끼리 티타임을 가질 때 사용되기도 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재무부장관이 금통위 회의를 주재할 당시 회의 전 대기 장소로도 쓰였다고 한다. 의장석 바로 뒷방은 녹음실이다.
벽에는 최순주 전 재무부장관 등 초대 금통위원 7명이 1차 금통위 회의를 진행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 한 폭 걸려있다. 그림은 당시 회의실 내부 환경과 참석자들의 고증, 금통위원 명함판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작가는 서울대 미대 김태 명예교수다.
올해는 한은이 설립된 지 67주년이다. 태평로 시대를 연 한은이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잘 정착해 국민경제 발전에 힘쓰는 중추가 되길 바란다. 또한 3년 뒤에는 더 나은 모습으로 중앙은행 책무를 다해주길 기대한다. 다음주부터는 삼성동으로 출근한다. 기자실과 금통위 회의실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이달 금통위는 오는 2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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