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실에서 ‘사제폭탄’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도 사제폭탄 테러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13일 오전 8시30분 연세대 제1공학관 4층에 위치한 김모(47) 기계공학과 교수의 연구실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김 교수는 목과 가슴, 손 등에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교수는 ‘연구실 출입문에 걸려있던 쇼핑백을 방으로 가져와 열었는데 갑자기 폭발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도 “택배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작은 나사가 튀어나왔다”고 전했다.
쇼핑백 안에는 가로·세로 20㎝의 작은 종이상자가 담겨있었다. 상자 속 폭발물은 텀블러 안에 나사못 수십개와 화약, 기폭장치를 넣어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CCTV를 확보, 범인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추가 사고를 막고자 연세대 인근에 경찰특공대도 투입됐다.
사제폭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최근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22명이 사망하고 59명이 부상을 당했다. 영국 경찰은 해당 참사를 “급조된 사제폭발물을 이용한 테러”로 규정했다. 지난 4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에서도 사제폭발물로 인해 60여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에 따르면 화학물질사이버감시단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온라인상에서 ‘사제폭탄 제조 및 시연 영상’ 등 인명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유해정보를 213건 적발했다. 하 의원은 “초등학생들이 온라인 영상을 통해 ‘드라이아이스 폭탄’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5년 9월 당시 중학생이던 이모(15)군이 부탄가스로 폭탄을 제조,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이를 터트렸다. 지난 2014년에는 고등학생 오모(19)군이 재미교포 신은미 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토크콘서트장에 사제폭발물을 투척해 논란이 됐다. 이군과 오군은 “인터넷 사이트를 참고해 사제 폭탄을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제 총기와 화약류 제조법 등을 온라인에 올리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해외 동영상에 대한 처벌은 거의 불가능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전문가는 온라인에 만연한 사제폭탄 관련 정보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테러학회 회장인 이만종 호원대학교 법경찰학부 교수는 “초등학생 수준의 과학 지식만 있어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사제폭탄을 만들 수 있다”며 “조악한 수준이라도 큰 인명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해외에서 ‘사제폭탄을 구입하지 않겠냐’는 메일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면서 “국민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테러 관련 정보를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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