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2015년 경찰의 물대포에 맞은 뒤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 청장은 1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시위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백 농민님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이 고 백 농민 사건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한 것을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열사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청장은 “지난 9일 6·10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경찰인권센터에 있는 박종철 열사 기념관에 다녀왔다”며 “그곳에서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경찰의 인권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고(故) 박종철·이한열 열사 등 희생자에 대한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향후 집회 현장에서 살수차 운용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약속도 있었다. 이 청장은 “앞으로 경찰은 일반 집회시위 현장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겠다. 사용요건도 최대한 엄격히 제한하겠다”며 “이런 내용을 대통령령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법제화해 철저히 지켜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 공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절제된 가운데 행사돼야 한다”며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은 이제 다시 되풀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 백 농민은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었다.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그는 지난해 9월25일 숨을 거뒀다.
경찰은 그동안 고 백 농민의 죽음에 대해 책임이 확인되면 사과 등의 후속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경찰은 15일 서울대병원 측이 고 백 농민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하자 하루 만에 공식 사죄했다.
현재 2015년 민중총궐기 시위 진압에 관여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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