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발언 두고 여·야 온도차 “고도의 정치행위” vs “위험한 발상”

문정인 발언 두고 여·야 온도차 “고도의 정치행위” vs “위험한 발상”

기사승인 2017-06-19 10:19:38 업데이트 2017-06-19 10:19:48

[쿠키뉴스=이소연 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발언을 두고 여·야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문 특보는 앞서 미국을 방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 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여당은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북한을 염두한 고도의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문 특보의 발언은) 북한용 발언”이라며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담론을 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던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중국, 북한, 일본, 미국 등을 향한 다양한 언술이 나오는 게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 “모두 똑같은 이야기만 하면 남북대화가 더 힘들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끔 고도의 정치행위들을 각자 알아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특보의 발언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문 특보가 이미 사견이라고 이야기했다”며 “지나치게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전문가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민국 대사도 북과의 대화 해법으로 팀스피리트 훈련 취소를 제시했었다”며 “(문 특보의 발언은)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기 위해 나온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야당은 문 특보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같은 날 “문 특보의 발언은 충격적이며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문 특보는 문답 과정에서 ‘이것이 평소 문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밝혔다”며 “청와대는 문 특보의 발언이 정부 기조와 다르다고 수습했으나 질책이나 책임을 묻지 않았다.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8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방어적 차원의 한·미 군사훈련을 어떻게 동일한 무게에 놓고 거래할 수 있는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의 핵 무장 시도를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무력화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미국은 (북한 억류 뒤 혼수상태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 사건으로 분노하고 있는데, 유화 제스처로 엇박자를 보였다”며 “실익 없는 아마추어 외교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지난 16일 한국 동아시아재단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있는 워싱턴DC에서 공동주최한 세미나 기조연설 및 문답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18일 “문 특보가 개인적인 견해라는 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라며 청와대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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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