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상처에 병균이 감염돼 고름이 생기고 썩어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즉시 환부에 칼을 대고 고름을 짜내야한다. 잠깐의 통증이 두려워 머뭇거리다가는 감염은 온 몸으로 퍼지게 된다. 팔 다리보다 중요한 것은 몸통이고 머리다.
두어 달 사이에 프랜차이즈업계는 마치 문제가 만연하는 악폐의 대상처럼 인식됐다. 성추문 사건과 가맹점을 상대로 한 마진 뜯어먹기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문제가 된 브랜드들의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일선 매장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실제로 오너의 성추문 사건이 발생한 호식이두마리치킨은 매출이 평균 4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생계의 위협으로 다가오는 셈이다.
일련의 논란이 계속됨에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악폐를 자정하기보다는 숨죽이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1999년 프랜차이즈 사업문화 정착과 가맹본부·가맹점간의 상생을 목적으로 설립된 협회는 그간 업계의 대변인을 자처하며 회원사 권익 증진, 대정부 사업, 동반상생을 위한 자영업자 멘토단 설립, 분쟁조정센터 설립 등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협회가 한 조치라고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통해 미스터피자와 호식이치킨두마리를 제명, 자지사퇴 형식으로 회원사에서 퇴출시켰을 뿐이다.
이마저도 눈 가리고 아웅이다. 협회 정관상 회원사 제명은 협회가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제재지만 퇴출된 브랜드는 6개월이 지난 뒤 재심사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6개월짜리 ‘단발 징계’로 프랜차이즈업계에 쏠리는 비난을 꼬리 잘랐다고밖에 볼 수 없다.
최근 발생한 프랜차이즈업계의 여러 악재는 갑자기 튀어나온 일이 아니다. 현재 드러난 브랜드 외에도 크고 작은 갑질과 불공정행위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고착화돼있다. 짧은 기간 동안 문제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일부 부도덕한 개인의 일탈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사실 이는 업계 전반의 문제다.
뒤늦게 업계와 협회에서 내놓은 대책은 ‘상생협의회’다. 가맹점주연합회와 매달 자리를 갖고 그간 발생한 갑질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이러한 상생협의회 역시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갑인 가맹본부에서는 재계약을 비롯한 여러 무기로 가맹점주를 쥐고 흔들 수 있다. 애초에 가맹점주들의 목소리와 의견이 묵살될 가능성도 크다.
결국 ‘갑이 허락한 상생’이자 보여주기 식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일련의 논란들은 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서 회자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일선 점주들이 뒤집어쓰고 있다. 윤리교육, 윤리경영처럼 ‘예쁜 말’로 면피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고름을 짜내기 위해서는 환부에 칼을 대야한다. 병폐가 더 커져 남의 손을 빌려야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협회는 협회 나름대로의 자정행위를 통해 회원사들의 안정을 도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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